(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최근 여당이 주도적으로 도입을 추진하는 이른바 '공정경제 3법'에 대해 전문가들도 의견이 뚜렷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13일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최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 정책토론회에선 이번 3법에 대해 편익은 없고 비용만 많이 들어 불필요하다는 주장과 반대로 비용은 없고 편익만 있는 개선이라는 주장, 우리나라 기업을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만들게 될 것이라는 시각과 적절한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 엇갈렸다.

강석훈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법률을 개정할 땐 몇 가지 원칙을 세워야 하는데 그중 하나는 비용보다 편익이 커야 한다는 점"이라며 "이번 3법은 비용보다 편익이 얼마나 클까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다중대표소송제 같은 경우 특히 비용은 분명하나 편익은 측정하기 어렵고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글로벌적 시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금산분리 완화, 경제력 집중 완화 같은 추상적인 것을 따지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며 "인터넷 은행 등의 등장으로 금산분리라는 전통적 프레임이 깨지는 흐름인데 금산분리 원칙에 근거한 규제가 도입되는 것은 발전을 저해하는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글로벌 시각에서 보면 감사위원 선출, 분리선임이 제일 걱정된다"며 "현실적으로 기업에 대한 견제 기능에 충실하지 않은 감사가 자주 있는데 그에 따른 폐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강 교수는 "이번 입법안 중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문제"라며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를 확대하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이고 재벌 총수일가에 의해 감춰진 기업 내 통행세 문제도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 겸 경제개혁연구소장은 이번 개정안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김 교수는 "기업지배구조를 20년 가까이 공부한 바 이사회를 통해 총수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로 사적 편취하는 것 등을 통제하는 것은 필요하다"며 "이번 공정경쟁 3법은 오히려 가장 약한 버전의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한국 기업들은 남의 돈을 끌어와 최대 주주 가문의 지배력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손자회사, 다른 주주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데 이런 일이 한두 사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미약하게나마 고치자는 게 이번 3법"이라며 "그마저도 이번 법은 새롭게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경우에만 이 법을 적용하고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전히 약하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 제한 강화,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강화 등의 내용도 이번 법안에 담겼는데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으로 우리나라에 영향받는 기업 총 다섯 곳에 불과하고 금융보험사도 단 3개 회사만 의미 있게 의결권 제한을 받는다"며 "이번 법안은 비용은 없고 편익은 분명한 법안"이라고 말했다.

유주선 강남대학교 공공인재학과 교수는 이번 3법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회사법 일부 개정안 중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문제는 기존 상법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며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주주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기업활동의 탄력성도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주주 의결권을 대폭 축소하면 투기펀드들이 이를 이용해 연합해서 기업을 공격할 수 있다"며 "칼 아이칸이나 엘리엇 펀드 등 헤지펀드들이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권을 침해하면서 자기들 이익만 추구하는 상황을 이미 겪은 바 있는데 대비책을 강구했는지 궁금하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대중대표 소송 역시 독립된 법인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회사법을 파괴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고정거래법 개정안 또한 정부 요구에 맞춰 자회사 지분을 높인 지주회사가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문제가 있어 이율배반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토론회에 참석한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업 경영권은 세습이나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채 전 의원은 "경영권은 도전과 경쟁의 대상이 돼야 한다"며 "더 좋은 경영진이 나타나 회사를 경영했을 때 회사가 더 지속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재벌들은 지금까지 제대로 경영권을 도전받아본 적이 없다"며 "심지어 내부 세습을 거칠 때조차 후계자들의 자격이 제대로 검증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채 전 의원은 "공정경제 3법을 우려하는 재계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마치 한 몸처럼 얘기하는데 그렇지가 않다"며 "불합리하게 애국심 마케팅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공정경제 3법은 정부와 여당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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