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그룹 총수에 오르면서 현대차그룹의 3세 경영이 막을 올렸다.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실적 부진과 자동차업계의 대대적인 변화에 대응한 모빌리티 혁신, 경영권을 탄탄하게 뒷받침할 지분 확보를 통한 지배구조 완성 등 풀어야 할 난제가 많아 '정의선 회장'에 순탄치 않은 앞길이 예고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오는 14일 이사회를 열어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사실상 그룹 경영을 총괄해왔던 정 수석부회장이 공식적인 그룹 회장직에 오르는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맡으면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솔루션 체제로의 변혁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기존의 완성차업체들은 모두 실적 악화를 겪었다.

현대·기아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2.3% 감소한 5천903억원, 기아차는 72.8% 줄어든 1천451억원에 그쳤다.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국내외 판매가 현대차는 36.6% 급감한 70만3천976대, 기아차는 27.8% 줄어든 51만6천50대에 그쳤다.

코로나19에 따른 수요위축과 해외공장 가동 중단 등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그나마 하반기 들어서 현대·기아차의 해외공장 가동률이 정상화되고 신차도 잇달아 출시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내년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 론칭을 앞두고 코나전기차(EV) 화재 사고라는 암초를 만났다.

내년을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안전성 논란을 정의선 체제에서 조기 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현대차는 2017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제작된 코나EV 7만7천대를 리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서둘러 자발적 리콜에 나선 것은 미래 친환경차 사업 전략에 차질을 빚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7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2025년에 전기차를 100만대 판매하고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기록해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에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한 전용 전기차를 선보이며 2025년까지 전기차 23종을 내놓을 계획이다.

앞서 지난 8월 현대차는 E-GMP 기반의 순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을 공개했다.

전기차 안전 문제를 조기에 불식시켜야 하는 숙제를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안고 시작하는 것이다.

테슬라가 장악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을 후발주자인 현대차그룹이 넘어서야 하는 리더십도 필요하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수소전기차 분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수소전기트럭 양산체제를 갖춰 유럽으로 2025년까지 1천600대를 수출할 계획이다.

이밖에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러한 미래 투자에 드는 자금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도 현대차그룹이 미래기술 관련 비용부담 증가, 신흥국 수요 회복 지연, 경기 침체 및 저성장 장기화에 따른 신차 구매수요 위축 등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하는 난제도 떠맡았다.

현대차그룹이 2018년 5월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하고 재추진을 약속한 지 2년이 넘은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당시 현대모비스를 분할한 뒤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변경안을 추진했으나 합병비율에 반대하는 투자자를 설득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결국 철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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