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물 금리 오르기 시작…1.3%까지 오를 수도

2016년 상황 반복되나…민주당 대승 가능성 주목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투자자들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채금리가 오를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4년 전 공화당이 승리한 후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국채금리 상승은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앞지른 후 격차가 확대되면서 민주당이 하원은 물론 상원마저 탈환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채권 투자자에게 바이든이든 트럼프 대통령이든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정치 지형이 어느 한쪽으로 쏠려 의회와 행정부를 한 정당이 차지하느냐와 그렇지 않으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의회와 행정부를 같은 정당이 차지할 경우 세금 감면이나 재정지출 확대 등을 통해 재정적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재정적자 확대는 금리를 위로 밀어 올린다.

정부가 차입을 위해 국채 공급을 확대하는 데다 재정 확대정책이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을 촉진할 것이라는 전망에 채권을 덜 매력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10년물 국채금리는 0.726% 근방에서 거래되고 있다. 1차 TV 대선 토론이 있던 9월 29일 전에 기록한 0.644%보다 올랐다.

30년물 국채금리는 1.404%에서 1.513%를 웃도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여전히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누버거 버먼의 타노스 바르다스 글로벌 투자 등급 담당 공동 헤드는 투자자들에게 "이번 선거는 재정정책의 여파에 대한 것이다"라며 10년물 금리는 민주당이 행정부와 상원을 모두 가져가면 결국 1.3%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의 향배만으로는 베팅에 나서긴 쉽지 않다.

4년 전에도 여론조사에서 뒤지던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예상한 베팅은 매우 적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백악관을 차지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막판까지 투표 상황을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서 지더라도 공화당이 상원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추가 부양책 협의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즉 행정부와 하원은 민주당이, 상원은 공화당이 차지할 경우 지금과 같은 지난한 부양책 협의 과정을 되풀이할 수 있다.

바르다스 헤드는 자신의 팀이 국채금리 방향과 관련해 크게 베팅을 하지는 않고 있다며 선거 결과가 박빙이거나 불확실할 경우 투자자들이 채권 투자로 대거 몰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채권금리가 계속 오르긴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백신이 나오지 않는 한 코로나 재확산 상황을 거듭하면서 경제가 느린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아니더라도 이미 미국은 수년간 저성장 단계에 들어선 상태였으며 인플레이션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목표치인 2%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준은 수년간 제로 금리를 유지하고 국채를 매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국채금리의 상승을 억제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선거에서 공화당이 의회와 백악관을 모두 차지했을 당시 10년물 금리는 1.9% 근방이었으나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가 규제 철폐와 감세, 인프라 지출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로 금리는 빠르게 2.6%까지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10년간 2조달러에 가까운 비용을 초래할 대규모 감세안에 서명했고, 대규모 인프라 법안은 나오지 않았으나 10년물 금리는 최고 3.2%까지 올랐다.

애널리스트는 바이든의 공약으로는 채권에서 대규모 매도세가 나올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했다.

바이든은 오히려 법인세를 인상하겠다고 공언해 주식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리고, 채권에 대한 매력을 높여 금리에 하락 압력을 줄 수 있다.

다만 헬스케어나 재생에너지 분야의 인프라 지출액이 증세보다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점, 공화당보다 규모가 큰 추가 코로나19 부양책을 통과시킬 것이라는 점은 금리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제프리스의 토마스 사이먼스 픽스드인컴 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4개월 동안 장기물에서의 더 큰 공급이 시장의 할인으로 이어졌다는 것은 매우 분명하다"고 말했다.

냇웨스트 마켓츠의 존 브리그스 미국 전략 헤드는 민주당이 백악관과 양원을 싹쓸이할 경우 부채 확대 전망으로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성장과 인플레이션 기대가 조금이라도 움직일 경우 이는 채권시장에 압박이 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연준이 몇 년 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재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당장 "금리 인상을 가격에 반영할 필요는 없다"며 "단지 금리 인상의 일부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금리 인상은 여러 해 동안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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