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현의 연금투자] 세상이 바뀐다 해도
[원종현의 연금투자] 세상이 바뀐다 해도
  • 승인 2020.10.1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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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장기화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익숙하게만 여겨왔던 사람들과의 만남, 특정한 장소에서의 소비 등 평범하게 느껴졌던 일상생활들이 특별히 신경 써야 하는 특정 행위로 변하고 있다. 물론 모두 나빠진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현재의 생활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여러 장치를 경험하고 있다. 언택트(Un-contact)로 대표되는 비대면 화상 회의 및 만남은 신종 산업들이 발전할 기회가 되고 있다. 특히 동 시간에 장소에 구애 없이 모여 실시간으로 의견을 나누는 세상에 익숙해지면서 과거 공상과학에 나오는 동일한 시간대에 여러 공간을 공유하는 4차원의 세계가 실현된 듯하다.

이렇게 차원을 넘나드는 것이 체감되는 상황에서 몇 년 전 방영된 영화 '인터스텔라'가 생각난다. 그 먼 우주에서, 블랙홀에 들어가서 시간과 공간을 되돌려 가는 5차원의 세계에서도 중력장이 일관되게 작용된다는 사실이 인상에 남는다.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기준이 제시되고 모두 이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새로운 세상이 되어도 변치 않는 궁극의 가치가 있음을 보여준 영화다.

자본시장에 있어서는 시공간과 관계없이 중력장처럼 일관되어야 하는 가치는 '신용'이다. 언택트가 강조되면서 금융에서는 사람들과의 접촉에서만 전달되는 면대면의 상담에 의존한 영업보다는 투자 상품의 본질적 가치와 믿음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코로나의 혼란기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그동안 축적해온 IT 기술과 함께 모범적인 방역체계, 성숙한 시민 의식 등이 상호 시너지를 내면서 글로벌 시대를 이끌 충분한 능력이 있음을 증명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오명은 여전하다. 세계 경제 실적과 전망치에서 우리나라는 단연 1위의 수치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그러하다. 높아진 국가적 위상에 비해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의 문제, 많은 부문은 지배구조의 문제는 아직도 여전하다. 코로나 이후 시대 선진국으로서 높아진 국가적 위상에 비해 자본시장은 프리미엄을 꿈꾸기는커녕 정상적인 평가라도 받자는 바람에 머무르는 신세다.

우리나라의 자본시장에 대한 일반인들의 신뢰는 여전히 낮다. 키코(KIKO)와 라임, 옵티머스 등으로 회자되는 자본시장의 도덕적 해이가 여전히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눈에도 아직 우리나라 자본시장 및 기업들의 투명성에 대해서는 아직 회의적이다.

우리나라 증시를 받쳐주고 있는 소위 동학개미운동도 대표적 사례다. 혹자는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시장에 대한 믿음으로 국내 증시를 이끌었다고 자평하기는 하지만, 이들이 펀드상품을 통한 간접투자 대신 스스로 계좌를 트고 직접투자를 통해서 수익을 냈다는 사실은 국내 자본시장 관계자들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자본시장이 '신뢰'와 '수탁자에 대한 책임'을 경시한 채로 사적 이익 혹은 그들이 속한 재벌의 이익을 우선시한 결과가 다수 개인들의 불신으로 이어져 결국 자력구재의 동학개미로 나타난 것이라 보인다. 그리고 나름 이 전략이 성공한 듯하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세계 기준에 다다르기는커녕 자체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금융의 핵심인 '신용'이 흔들린 탓이다.

물론 그동안 개선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경영자들이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관치나 편법적 방법에 의존하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주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경영권 보호의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 인식의 저변엔 기업에 대한 주주와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자본시장에서의 역할이 자리 잡고 있다. 자본시장의 수탁자 책임활동이 과거에 비해 상당한 발전을 보였기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국회에서도 자산운용의 책임성을 명확하게 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루어지는 추세다. 또한 정부에서도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수 주주의 실질적 권한을 확대하고자 하는 노력이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 주주권을 얘기할 때마다 늘 제기되는 문제가 국민연금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역할에 대한 사항이었다. 일반 소수 주주보다 많은 정보를 가질 수 있는 기관투자자에게 수탁자책임 의무가 더욱 강조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 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가 주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코드가 우리나라에 도입될 당시 그 적용 대상은 국민연금뿐만이 아니라 국내 자본시장 전체였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자본시장에 대한 책임이 비단 국민연금 기금운용에서만 표방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 할 문제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에서도 자본시장에서 차원을 초월하는 중력장으로서 '책임'과 '신뢰'가 작동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자리 잡아야 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자본시장은 존재하였다. 그동안 세계는 급변하였고 새로운 체제가 자리 잡았어도 '신용'이라는 변하지 않는 본질 가치를 중심으로 자본시장은 발전해 왔다. 이번 코로나 상황에서도 분명 자본시장은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그리고 그 답이 옳은 것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원종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투자정책전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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