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달러-원 환율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9월 이후 원화 절상률은 다른 주요국의 통화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다른 통화에 비해 원화 강세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셈이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8월 말 달러당 1,187.80원에서 전일 1,146.90원으로 40원 남짓 하락했다. 9월 이후에만 미국 달러화에 대해 3.57% 절상됐다. 같은 기간 유로화는 물론 주요 아시아 통화들이 약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상대적으로 절상률이 높은 중국 위안화도 2% 정도 강세를 보인 데 그쳤다.





이렇다 보니 외환 당국에서도 환율의 빠른 변동에 한마디씩 우려를 내놓기 시작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은 14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국내 외환시장의 경우 환율의 변동성이 커졌다"며 "달러-원 환율은 9월 중순까지 1,180원대를 유지하다가 최근 한 달 사이에 1,140원대까지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안화 강세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이지만, 원화 강세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이라며 "최근 환율 흐름이 국내 외환 수급과 괴리된 측면은 없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외환시장 안정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같은 날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7월 이후 미국 달러가 급락하고 위안화가 크게 절상되는 가운데 달러-원은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하락했다. 그러나 9월 중순 이후 원화 강세가 빨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원화의 빠른 강세에 대해서는 그동안 디커플링의 해소과정으로 평가했다.

최근 원화 강세는 이주열 총재의 평가처럼 원화가 그동안 중국 위안화의 강세를 따라가지 못하다가 9월 이후 뒤늦게 반영된 측면도 없지 않다. 통화가 해당 국가의 경제 사정을 종합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의 강세는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의 성적표가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와중에도 한국은 K 방역의 성과로 국제사회에서 감염병 대응의 모범이 됐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수 없는 진단검사와 기술로 감염병 확산을 차단함으로써,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인 타격도 줄일 수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통화기금(IMF)도 각국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며 한국을 '톱클래스'로 치켜세우고 있다.

그러나 원화 절상률이 과도하게 빨라지거나 주요국의 통화와 비교해 유독 심화할 경우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과거와 비교해 낮아졌다고 하지만, 환율은 여전히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다. 지난달 한국의 수출은 통관기준으로 480억5천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7.7%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지난 2월 이후 7개월 만에 반등한 실적이다. 모처럼 반등한 상황에서 가파른 달러-원 환율 하락은 자칫 수출에 다시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달러-원 급락은 국내외 수요부진으로 심화한 경기둔화와 저물가 현상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9월 수입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이후 석 달 만에 하락 전환하면서 전월대비 마이너스(-) 0.4%를 기록했다. 향후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수입물가가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에는 달러-원 환율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세계적인 바이러스 유행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어수선한 상황에도 당분간 원화가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완화정책을 지속할 것이란 기대가 강해진 데다 원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위안화도 중국 경제의 회복 기대와 맞물려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 한국 경제에 미칠 환율 민감도가 커질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미국과 중국의 대선 및 경제 상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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