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최근 급격한 달러-원 하락세에 대한 외환 당국의 관련 발언이 처음으로 나왔지만, 여전히 달러-원 하락 재료가 우세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15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다시 위험회피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달러-원 환율이 이미 추세를 형성한 만큼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들은 ▲올해 달러-원 환율 상승에 누적돼 있던 네고 대기 물량과 최근의 수출회복세 ▲당국 제동에도 강세 조짐을 나타내는 위안화 ▲이미 추세(trend)를 형성한 달러-원 하락세 등을 요인으로 꼽았다.

전일은 이례적으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두 외환 당국이 최근의 달러-원 변동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전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9월 중순 이후 원화 강세가 빨라진 것을 국내 코로나19 확산세 진정에 따른 디커플링 해소 과정으로 해석했다.

같은 날 오후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최근 원화 강세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나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시장 안정 노력을 지속하겠다"면서도 "수급 여건은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9월 중순 달러-원이 박스권을 이탈한 한 지 한 달 만에 40여원이 급락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시장 우려보다 다소 온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환시 참가자들은 그럼에도 당국의 발언이 실제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당분간 급격한 숏베팅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달러-원에는 여전히 하방 압력이 더 크다고 전했다.

A 은행의 외환 딜러는 "최근 달러 강세는 영국 파운드화 불안 등 일시적 요인에서 기인했다"며 "최근 달러-원 환율 하락은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달러-원이 점점 반등하는 폭이 작아지면서 달러 매도 심리는 점점 강화되고 있다"며 "오전에 저가매수로 접근했다 오후에 뒤집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일 장에서 스탑성 네고물량이 많이 나오는 등 급한 네고물량이 많을 것이란 전망도 달러-원 하락에 힘을 실었다.

B 은행의 외환 딜러는 "수출업체들이 연초 이후 달러를 쌓으면서 지연된 물량이 많다"며 "최근 수출 회복세 등 경기회복 신호도 보이면서 쌓여있는 달러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달러-원 레벨은 낮아지면서 스탑성으로 나오는 네고물량 속도가 빨라질 수 있고, 여기에 역외 숏 플레이까지 가세한다면 변동성이 확장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다른 통화들이 발 묶인 사이 달러-원만 하락하면서 막상 미 대선 이후에는 다른 통화는 움직이는데 달러-원 하락 여지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A 딜러는 "중국은 당국이 스탠스를 보여주며 하단이 일단 막힌 느낌"이라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달러를 비롯해 다른 통화가 움직일 텐데 달러-원은 여지가 작을 것 같다"고 말했다.

C 은행의 외환 딜러는 "시장 예상을 깨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당선 되거나, 지고도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달러-원은 하락 트렌드를 이어갈 것"이라며 "달러-원 하락세가 과도하더라도 대선 이후 위험통화가 강세를 보인다면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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