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산업은행이 STX조선해양 매각을 추진한다.

'M&A의 귀재' 김광호 회장의 KHI인베스트먼스와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우선 매수자로 STX조선 인수에 나선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TX조선해양 매각 주관사 삼일회계법인은 이르면 이달 말 매각공고를 내고 공개매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매각 측은 원매자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아 늦어도 12월에는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매각 대상은 산은 등 채권단이 보유한 STX 지분 100%다.

산은은 STX조선해양 지분 39.8%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매각가격은 4천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번 매각은 KHI-유암코 컨소시엄을 우선 매수권자로 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진행된다.

산은과 KHI-유암코 컨소시엄은 다음 주께 조건부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스토킹 호스 방식은 사전에 예비 인수자를 선정해 놓고 매각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인수 의사가 있는 원매자를 확보한 상태에서 공개입찰을 진행해 응찰자가 없으면 예비 인수자에게 매수권을 부여한다.

반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인수후보자가 있으면 기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매각자 입장에서는 수의계약을 통해 매각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공개입찰로 매각의 공정성도 담보할 수 있다.

예비 인수자 공개입찰 전 사전 논의로 유리한 매수 조건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과 성동조선도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매각에 성공했고, 최근 동일철강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대선조선도 같은 방식으로 새 주인을 찾았다.

산은은 유찰 리스크를 줄이고 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조선사 매각이 이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스토킹호스 선정은 사실상 인수자를 선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다소 복잡하지만, 원매자의 부담을 줄여 매각을 성공시키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조건부 인수자인 KHI는 김광호 전 모나리자 회장이 설립한 투자회사다. 김 회장은 M&A 시장에서 샐러리맨의 신화로 여겨진다.

김 회장은 두산그룹 해외지사장을 그만두고 1989년 웨스텍코리아를 설립해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서 큰돈을 벌었다.

그는 이 돈으로 투자회사를 설립해 2001년에 모나리자, 2005년에는 쌍용C&B, 엘칸토를 잇따라 인수했다.

이후 2009년 웨스텍코리아를 예림당에, 2011년 엘칸토를 이랜드에, 2013년에는 모나리자와 쌍용C&B를 모건스탠리PE에 매각해 2천억 원대 차익을 남겼고 2017년에는 한국피자헛을 인수했다.

그는 주로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해 되파는 방식으로 많은 차익을 얻었다. 최근에는 조선기자재인 실린더라이더 등을 생산하는 케이프 지분을 공격적으로 사들여 주목받았다.

STX조선은 2013년 워크아웃(자율협약)을 거쳐 2017년 법정관리 졸업 후 인력감축과 행암공장, STX프랑스 일부 지분 등 비핵심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

지난 7월 경남도가 노사정 협약을 통해 3년째 무급순환 휴직 중인 STX조선해양의 고용 유지와 투자 유치를 약속하며 정상화를 위한 주인 찾기가 본격화됐다.

지난 8월 국내 해운사와 탱커 3척 건조계약을 체결해 올해 첫 수주에 성공한 데 이어 9월 해외 해운사 2곳과 MR(중형)급 탱커 건조 의향서를 체결하는 등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KDB생명 등의 매각을 일단락하고 대선조선과 한진중공업 등 조선사 매각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라며 "하지만 여전히 조선업 경기가 좋지 않고, 인수자 찾기도 어려워 이번 매각이 무산된다면 향후 몇 년은 새 주인 찾기를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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