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대비해 지급여력(RBC)비율 관리에 속도를 내는 보험사들이 늘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국내 보험사들은 총 1조7천억원 수준의 자본확충에 나섰다.

올해 상반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하기 전 DB생명보험(영구채 400억원)과 메리츠화재보험(후순위채 1천500억원), 롯데손해보험(후순위채 900억원), MG손해보험(유상증자·후순위채 2천억원), 푸본현대생명보험(후순위채 400억원), 교보라이프플래닛(유상증자 1천억원) 등이 총 6천2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단행했다.

하반기에는 코로나19 여파가 잠시 약화하자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수요가 몰렸다.

하나손해보험이 1천26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실탄'을 마련한 것을 시작으로, NH농협생명보험(유상증자 2천억원)과 신한생명보험(영구채 3천억원), 흥국화재(후순위채 400억원), 푸본현대생명(후순위채 500억원) 등이 선제적인 RBC비율 관리를 위해 자본확충 작업에 뛰어들었다.

최근 동양생명이 3억달러(한화 약 3천500억원) 규모의 해외 영구채 발행을 완료한 것까지 고려하면 하반기에만 1조66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이 추가로 이뤄진 셈이다.

올해 전체로 보면 1조6천860억원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에 자본확충 작업을 선제적으로 완료한 곳이 많아 올들어 전체적인 규모는 줄었다"며 "다만, 코로나19 여파 등을 고려하면 예상보다는 규모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보험업계는 2조5천억원 규모의 자본확충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최근 코로나19 '반사이익' 덕분에 실적이 살아나고 있지만,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것에 대비해 미리 자본을 쌓아두려는 의도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이 도입될 경우 보험사의 부채가 늘어 RBC 관리는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또 이미 선제적으로 발행한 후순위채들의 만기가 5년 이하로 줄어 자본확충 효과가 줄고 있는 보험사들도 늘고 있다.

손보사들 가운데서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MG손보(176.74%)와 롯데손보(177.01%) KB손해보험(187.67%)의 RBC비율이 200% 아래로 떨어진 상황이다.

같은기간 하나손보의 경우 121.99%를 나타내고 있지만, 하반기에 증자를 통해 250% 수준까지 RBC비율을 개선해 둔 상황이다.

생보사들 가운데서는 RBC비율이 163.44%까지 낮아진 DB생명이 자본확충이 가장 시급한 곳으로 꼽힌다.

NH농협생명의 경우에도 같은기간 RBC비율이 200%를 밑돌았지만, 이는 최근 단행한 유상증자와 채권재분류 효과가 반영되기 전이다.

NH농협생명은 하반기에 증자에 더해 30조원 규모의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전환하면서 RBC비율을 300%대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부채자본시장(DCM) 관계자는 "향후 상각 대상으로 잡히는 후순위채와 수익성 전망 등을 고려하면 향후에도 자본확충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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