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심일혁 국제결제은행(BIS) 아시아태평양 경제·금융시장 헤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위기 이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재정정책에 종속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심일혁 BIS 이코노미스트는 20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KTB 국제 콘퍼런스에서 화상 대담을 통해 "향후 중앙은행이 직면할 리스크는 재정정책 우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정정책 우위를 피하는 방법의 하나는 중앙은행과 재정 당국의 관계에 대한 제도적 장치들"이라고 강조했다.

재정정책 우위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재정 당국의 자금 조달 수요에 종속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심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몇십년간 많은 국가에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분리하면서 중앙은행의 정책적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유지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것이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기초가 됐다면서, 앞으로 통화정책 및 재정정책의 경계가 없어지게 되면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 19 위기 이후 중앙은행의 과제로 금융기관들이 지속가능한 성장경로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유동성 위기가 금융기관들의 건전성 위기로 바뀐다면 정부의 재정 여력이 더 작아질 것"이라며 "은행들이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여력이 축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코로나 19 위기 이후 중앙은행들이 가계 및 기업 부문에 즉 마지막 1마일까지 달려가서 자금을 공급했다"며 "중앙은행이 실물경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도록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심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 19 위기 극복을 위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정책 대응에 대해서는 채권시장 안정화 측면에서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서로 보완적으로 사용됐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중앙은행들이 지난 3월 중순 이후 다양한 시장 안정화 조치들을 취함에 따라 4월 이후 채권 금리가 안정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를 인하하고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채권금리를 낮추면서 신흥국의 달러 표시 채권금리가 최근 장기평균 수준으로 돌아왔다"며 "신흥국 현지 통화 채권금리 역시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고 전했다.

이전 금융 위기들과 달리 코로나 19 이후에 많은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자본 유출을 겪지 않고 정책금리를 낮출 수 있었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았다.

앞서 코로나 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 3월부터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잇따라 정책금리를 인하하는 가운데 자산매입 프로그램 등을 병행해 실시했다.

심 이코노미스트는 "자산매입 프로그램 발표가 있었던 당일에 신흥국 10년 만기 현지 통화 채권 금리가 약 10bp 내렸다"며 "약 6거래일 경과 후엔 최고 25bp까지 금리가 인하됐다"고 설명했다.

mj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5시 3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