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국내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인 인텔 낸드 부문 인수로 또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이 산재한 상황에서도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최 회장의 사업개편 전략인 '딥 체인지'도 가속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20일 인텔 낸드 사업을 10조3천104억원(9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지난 2016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금액(80억달러)을 뛰어넘는 국내 M&A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같은 '빅딜'은 최태원 회장의 M&A 승부사적 기질이 발휘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지난달에도 임직원들에게 "코로나19 환경을 위기라고 단정 짓거나 굴복하지 말고 우리의 이정표였던 딥체인지에 적합한 상대로 생각하고 성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하는 등 코로나19 상황에도 변화와 영역 확장을 강조해 왔다.

실제로 SK그룹의 반도체 투자 역사는 최 회장의 공격적인 M&A가 근간을 이뤄 왔다.

SK그룹은 2011년 3조4천267억원에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에너지·화학, 정보통신기술(ICT) 중심이던 기업 구조에 반도체를 추가했다.

막대한 투자에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SK하이닉스는 편입 이후 SK그룹의 주요 성장축으로 자리 잡으며 최 회장의 최대 경영성과로 꼽히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4년에는 미국 바이올린 메모리 PCIe 카드 사업부와 벨라루스의 소프텍 벨라루스의 펌웨어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낸드 부문 보강에 나섰다.

최 회장은 2018년 도시바(현 키옥시아) 메모리 사업 부문을 인수할 때는 직접 뛰어들면서 낸드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였다.

특히 SK가 인수전 초반 경쟁업체들에 뒤처지자 최 회장은 직접 일본 출장을 다녀오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

SK그룹은 또 2015년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4천800억원에 사들이고, 2017년 LG실트론(현 SK실트론)을 6천200억원에 인수하면서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SK실트론은 이후 미국 듀폰의 웨이퍼 사업부를 5천400억원에 인수하며 전력반도체용 웨이퍼 경쟁력을 강화했다.

배터리·화학 부문에서도 최 회장은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1·2공장을 짓고 있으며, 현재까지 투자가 결정된 금액은 총 3조원이다.

장기적으로는 총 50억달러(약 5조9천500억원)까지 투입할 예정이다.

SK종합화학은 2017년 미국 다우케미칼로부터 에틸렌아크릴산(EAA)과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사업을 인수해 고부가 화학사업을 추가했다.

또 지난해에는 SKC가 동박제조업체 KCFT(현 SK넥실리스)를 1조1천900억원에 인수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동박은 배터리 음극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로, SK넥실리스는 오는 2025년까지 동박 생산능력을 현재의 약 3.5배 수준인 연 14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바이오·제약 사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 중이다.

SK㈜는 2017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통째로 인수한 데 이어 2018년 미국의 바이오·제약 위탁 개발·생산업체(CDMO)인 엠펙을 5천100억원에 사들였다.

글로벌 제약시장을 양분하는 유럽과 미국에서 주요 기업을 품에 안은 셈이다.

특히 엠펙 인수는 국내 바이오·제약 업계에서 해외 제약 회사 M&A 규모로 사상 최대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의약품 위탁생산회사(CMO) 통합법인 SK팜테코를 설립하는 등 제약·바이오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SK케미칼은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위한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하는 등 CMO 및 CDMO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SK케미칼 백신사업을 분사해 만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기대감을 표시하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선 지난 7월 SK의 신약개발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은 상장과 함께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성공적으로 기업공개(IPO)를 마쳤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이 코로나19 상황로 보유 현금을 늘리는 등 최대한 몸을 사리는 상황에서 최 회장의 과감한 승부수가 더욱 눈에 띈다"며 "SK그룹과 다른 기업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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