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특파원 = 유럽 내 가장 위험한 국가들의 차입 비용도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유럽의 정치적 결속력이 새롭게 확인된 데다, 미국의 대선 움직임 역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투자자들이 유럽 국채에 베팅한 결과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0년 만기 이탈리아와 그리스 국채수익률은 지난주 1%를 모두 밑돌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들 남유럽 국채수익률과 이 지역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독일 국채수익률의 스프레드는 수년 만에 가장 축소됐다. 유로존 회원국들 사이에 위험이 적어졌다는 신호다.

그리스의 차입 비용은 지난주 독일과 비교했을 때 2009년 이후 가장 타이트해졌다. 10년 전 유로존 전역의 여러 단층선(폴트라인)으로 발생한 채무 위기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탈리아 국채수익률 스프레드 역시 201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유럽 국가 간 차입 비용 차별화가 줄어든 것은 주목할 만한 전환점으로 여겨진다. 지난 3월 유로존 회원국이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를 함께 겪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켰을 때만 해도 금리 스프레드가 치솟았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럽연합(EU)의 팬데믹 대응에 점차 안도했고, 유럽 국채로 자금은 쏟아졌다. 모든 국가가 재정 부담을 분담하는 범 EU 경기 부양책은 최악의 피해를 본 국가에 평등하면서도 가장 빚 부담을 주지 않았다.

유럽위원회는 코로나바이러스 구제 프로그램 자금 조달을 위해 첫 공동 채권 발행을 모색하고 있다. 10년과 20년 만기 채권 매각을 통해 170억 유로(200억 달러)를 조달할 예정이다. 회원국들의 고용 보호 프로그램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함이다.

유럽의 더 위험한 국채는 최근 몇 주 동안 추가로 랠리를 보였다. 코로나바이러스 봉쇄 2라운드 속에서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이 감소하면 ECB가 다음 회의에서 부양책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또 유럽과 당장 거리가 먼 미 대선에서 민주당 선전이 기대되는 점도 유럽 국채 랠리에 기름을 부었다. 일부 투자자들은 미 국채에 대한 전망을 재평가하고, 그 사이 유럽 국채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국채수익률과 국채 값은 반대로 움직인다.

블랙록의 스콧 티엘 수석 채권 전략가는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더 큰 표차로 앞서고 있다는 점"이라며 "주식이 강세고 채권이 약세인데, 미국에 투자하고 있는 기회주의적 유럽 투자자라면 이런 결과가 나오면 유럽계 자산으로 다시 옮겨갈 수 있다"고 말했다.

2016년 선거 결과가 예상을 뒤엎었지만, 시장은 민주당이 백악관은 물론 의회 상·하원 모두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경기 지출 계획이 빨리 현실이 될 수 있는 길이 순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지출이 더 늘어나면 미 국채 공급이 늘어나고, 더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가 된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채권 매입으로 올해 국채수익률을 계속 억누르고 있지만, 국채 값은 내리고 국채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뉴버거 베르만의 존 존슨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장기물 미 국채를 매각하고 여전히 플러스 수익률인 남유럽 국채를 더 사들였다며 "새 정부 들어 대규모 경기 부양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채 가격이 다시 매겨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최근 몇 주 동안 소폭 반등해 0.76%를 기록했다.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팬데믹에 대응한 유럽과 미국의 부양 대응 규모에도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이 계획하는 수조달러의 지출 계획은 EU의 회복 패키지인 7천500억 유로보다 훨씬 많다.

JP모건 에셋 매니지먼트의 맥 고랭 글로벌 금리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재정 정책이 완화적이지만, 미국 외에 이런 수준을 모색하는 선진 시장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레이더가 한 통화를 빌려주고 다른 통화를 빌려올 때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3개월 유로-달러 기준 스와프에 대한 스프레드는 8월 말 이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달러를 주로 사용하는 투자자가 유럽 채권을 보유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낮은 수익률로 유럽 정부는 기록적인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는 지난 13일 처음으로 제로 쿠폰으로 주요 국채 중 하나를 발행했다.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그 영향으로 그다음 날 사상 최저치인 0.639%를 기록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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