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영향으로 최근 서울 채권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저가매수 시점을 저울질하는 시장 참가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22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전일 미 국채 10년 금리는 0.8234%로, 지난 6월 9일 이후 약 4개월 만에 종가 기준 0.8000%를 상향 돌파했다.

같은 날 아시아 채권시장에서도 장중 0.8000%를 깨고 0.8310%까지 올랐다.

이에 연동해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1일 전일 대비 2.3bp 상승한 0.934%, 10년물 금리는 6.0bp 급등한 1.522%로 장을 마쳤다.

국고채 10년물 최종호가가 1.500%대에 들어선 것은 4거래일 만이다.

3년 국채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8틱 내린 111.77로, 10년 국채선물은 58틱 급락한 132.14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3년과 10년 국채선물 각각을 6천계약 넘게 매도하면서 약세를 주도했다.

이들은 선물뿐 아니라 5천370억원의 국고채를 포함해 총 2천770억원의 현물도 순매도했다.

일부 국내 기관들은 비경쟁인수 옵션 행사 마감일을 하루 앞두고 헤지성 매도 물량을 내놨다가 금리가 상승하자 다시 사들인 것으로도 전해진다.

장중 금리가 20-4호 등가격(ATMㆍ옵션 행사가격=시장가격)인 1.500%에 이르렀지만 지지받지 못하고 20-9호 ATM인 1.535% 근처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다수 시장 참가자들은 강세 재료가 소진된 가운데 당분간 약세 우위에 있어 아직 저가매수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약세 요인으로는 미국 내 경기부양책 협상 타결 가능성과 연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출시 등을 지목했다.

국고채 수요 확대책은 구체적인 규모 등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내년까지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재료로 평가했다.

한국은행이 이달 내 실시하기로 예정된 국고채 단순매입은 이미 시장에 알려진 재료인 만큼 추가 매입 등에 나서지 한 영향은 다소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하락세를 보인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일각에선 환율이 달러당 1,100.00원대까지 내리면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1.600%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요즘은 미국 금리와 외국인 움직임 영향이 큰 반면 국내 기관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며 "로컬들이 꽤 손절매하고 있는데 미국 금리가 최고치인 상황에서 저가매수 들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가격 측면에서는 매력적이지만 아직 저가매수 타이밍인지는 모르겠다"며 "수급이나 심리적으로 장기물에 대해 여전히 불안감이 있어 숏(매도)이 우세한 건 맞다"고 전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외국인이 파는 힘이 너무 강해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1차 ATM에서 받쳐지지 못하고 2차 ATM까지 밀려버렸다"며 "밀릴 때 사들인 로컬들이 다시 파는 롱 스톱(매수 포지션 청산)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외국인 매도세가 너무 세 한은의 직매도 큰 영향력이 없을 것 같다"며 "위아래 양방향이 모두 열려있지만 쉽게 롱(매수)을 잡기 어렵다. 대대적인 숏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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