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3법 쟁점] "다중대표소송제로 소수주주 보호" vs "소송 남발 우려"
[공정3법 쟁점] "다중대표소송제로 소수주주 보호" vs "소송 남발 우려"
  • 이윤구 기자
  • 승인 2020.10.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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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공정경제 3법 중 상법에 포함된 다중대표소송제는 현 정부의 공약 사항이며 20대 국회에서도 논의됐던 것이지만 기업들의 반발로 입법화하지 못했던 과제다.

정부와 여당은 소수주주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입법화를 통한 제도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재계는 기업에 대한 소송 남발로 경영활동을 옥죄고 경영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 다중대표소송제, 소수주주 보호 취지

다중대표소송제는 상장된 모기업 지분 0.01%를 6개월 이상, 비상장의 경우 기간 제한 없이 1%만 소유하고 있어도 해당 모기업이 지분 50%를 초과 보유한 자회사 이사에 대해 경영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다.

소액주주가 이사, 감사 등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인 주주대표소송을 확대한 개념이다.

예컨대 A사가 B라는 자회사로부터 재료를 납품받는데 A사 대주주의 친인척 소유 회사 C를 끼워 넣는 '통행세 거래'로 일감 몰아주기를 한다면 B사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B사가 상장돼 있다면 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소수주주들은 B사 경영진에 손실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주주대표소송을 할 수 있다.

그러나 B사가 비상장사라면 모회사인 A사는 재무제표에 자회사의 손실을 반영해야 한다.

결국 A사의 손실로 이어지고 A사 주주들이 이를 떠안아야 하지만, B사 경영진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모회사 주주가 경영책임을 자회사 경영진에게 물을 수 있도록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이 추진되는 것이다.

◇ 모기업 지분 1%만 있어도 자회사 '좌지우지'…소송 남발

그러나 재계는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면 소송 남용으로 경영에 발목을 잡힐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국내 2천81개 상장사 중 타법인 출자회사 1천57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할 경우 소송 리스크가 4배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23일 기준 시가총액 359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주식 360억원가량을 보유한 주주라면 삼성전자와 그 자회사 7곳을 포함해 총 8곳을 대상으로 소 제기가 가능하다.

이에 재계에서는 소송 남발뿐 아니라 외국계 투기자본의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액을 들여 모기업 지분을 확보한 뒤 자회사에 대한 줄소송으로 모기업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는 61억원, 네이버 47억원, LG화학 46억원, 현대차 36억원이면 지분 0.01%를 보유해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과거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악몽이 되풀이될 것으로 재계는 내다봤다.

엘리엇은 2018년 4월 현대차그룹 3개사 지분을 약 1조2천억원 규모로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한 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면서 8조3천억원에 달하는 초고배당을 제안하는 등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방해했다.

이에 앞서 2015년 엘리엇은 옛 삼성물산 지분 7.12%를 확보하고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반대했다.

주총 표 대결에서 패배한 후에도 법적 다툼을 계속하다 2016년 지분을 모두 팔고 차익을 거두고 떠났다.

재계 관계자는 "다중대표소송제도는 상장 모회사의 소수주주권 요건을 지렛대 삼아 비상장 자회사에 대한 위협소송이 가능해 경영권을 뺏거나 '먹튀'를 위한 투기자본 등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소송 남용우려 과도…공익성 부각돼야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면 소송 남발로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주주가 직접 주식을 보유한 상장사에 공익소송 특성으로 대표소송을 제기하기가 드물기 때문이다.

또한, 승소 시 이익이 더 적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남용할 여지가 크지 않다.

실제로 대표소송제 사례는 재계가 우려하는 만큼 많지 않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17년까지 21년 동안 판결이 내려진 주주대표소송 사례는 120개사에서 137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자회사의 이사가 임무해태 등으로 자회사에 손해를 냈을 때 모회사의 주주가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기업 성장에 더 도움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재계가 위험성만 부각하면서 공익성이 과소평가됐다는 반론이다.

특히 소수주주가 사각지대에 놓인 만큼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

주주대표소송은 자회사 주식을 모회사 주식으로 바꾸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주식교환으로 모회사 주주가 되면 지위를 잃고 대표소송은 각하 판결된다.

예컨대 현대증권 매각 당시 소수주주들이 경영진의 자사주 헐값 매각에 반발해 제기한 대표소송이 현대증권의 모회사였던 KB금융지주의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종결된 바 있다.

현 제도의 한계가 있지만, 재계에서는 주요 선진국의 사례를 들면서 다중대표소송제도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은 다중대표소송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은 모자회사가 100% 지배 관계일 경우 등 제한적 요건만 인정한다.

캐나다와 호주는 법원의 소 제기 허가를 신청해 원고 적격성 판단을 받아야 제소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상법에서 모회사 감사의 자회사 조사권이 부여되고 모회사 감사에 대한 대표소송제기가 가능한 만큼 현행법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당이 공정경제 3법 통과에 대한 의지가 강해 재계와의 갈등은 지속할 전망이다.

yglee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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