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분사를 결정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찬반에 대한 최종 입장 정리에 들어갔다.

국민연금은 27일 오후 3시 서울 모처에서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주요 사안을 논의하는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열고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에 대한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보유 지분율이 10% 이상이거나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보유 비중이 1% 이상인 상장사에 대해 의결권 행사 결과를 사전에 공시한다. 6월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LG화학 지분율은 10.72%로 2대 주주다.

이번 사안은 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 간 입장이 뚜렷하게 대비되고 있어 LG화학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역할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배터리 부문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한 만큼 물적분할에 격렬히 반대하고 있지만 기관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타당한 결정이라는 게 다수의 입장이다.

앞서 의결권 자문사들은 서스틴베스트를 제외하면 모두 LG화학의 물적분할에 찬성을 권고했다. 국민연금 수탁위는 이 같은 권고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결권에 대한 입장을 결정한다. LG화학은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해당 사안을 표결에 부친다.

시장은 국민연금이 대부분의 의결권 자문사가 권고한 대로 LG화학의 물적분할에 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의결권을 행사할 때 내부적으로 수탁자책임실에서 논의할 수 있음에도 외부 산하 기구인 수탁위에 결정을 요청했다. 이는 국민연금 자체적인 판단만큼 외부 전문가들의 시각도 중요하게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자문사들의 권고도 그만큼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외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는 LG화학이 투자를 확대하면서 회사 재무구조가 부담돼 국제 신용등급이 강등됐다며 신설 배터리 법인인 LG에너지솔루션은 독자적으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어 물적분할은 합리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또 다른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도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의 100% 자회사가 되는 만큼 경제적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찬성을 독려했다.

상장회사협의회 부설 독립기구인 지배구조자문위원회 또한 장기적으로 LG화학의 기업가치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LG화학의 물적분할을 비판하는 입장에선 일종의 '꼼수'를 부렸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전날 주최한 'LG화학 물적분할: 지주사 디스카운트와 구제수단'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상훈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안에 대해 지배주주가 비지배주주의 회사 통제권을 박탈하기 위한 행위라고 해석했다. 앞서 서스틴베스트가 물적분할 반대를 권고하며 제시한 의견과 같은 맥락이다.

이 교수는 이번 물적분할에 대해 기존 LG화학 주주는 물적분할 된 신설 전지 사업 부문(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보유하지 않아 통제권이 상실되지만 LG만 지배권을 유지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이날 수탁위 회의 직후 입장을 공개할 예정이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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