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본격화 한 이재용…첫 시험대는 '삼성생명법'
'홀로서기' 본격화 한 이재용…첫 시험대는 '삼성생명법'
  • 이미란 기자
  • 승인 2020.10.2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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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별세로 명실상부한 '이재용 총수' 시대가 열렸다.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의 첫 시험대는 이른바 '삼성생명법'이라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될 전망이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하고,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생명을 통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해온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내 역할은 이건희 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동안은 이건희 회장이 생존해 있었고,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2016년 말부터 수년째 수사와 재판을 받느라 완전한 리더십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상속·지배구조, 사업 재편 등 여러 과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입장이 됐다.

11조원에 달하는 이건희 회장 유산에 대한 상속세와 더불어 가장 큰 난관은 삼성생명법이다.

삼성생명법은 21대 국회가 열린 직후인 지난 6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보험회사가 보유한 유가증권을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골자다.

보험업법은 보험사의 손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 회사나 그 계열사의 주식이나 채권 등 보유액을 총자산의 3% 넘게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는 자산을 취득원가로 평가하고 있는데, 이를 시가로 바꾸자는 것이 박용진 의원의 주장이다.

박 의원은 "은행과 상호저축은행, 금융투자업자 등 다른 금융업권은 모두 시가로 평가하고 있는데, 보험사만 취득원가로 평가해 자산운용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보유한 유가증권을 매각해야 한다.

이 법이 삼성생명법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가가 1주당 1천72원일 때 5억815만7천148주(8.51%)를 사들였다.

취득 원가로 평가하면 삼성생명의 올해 6월 말 기준 총자산(317조8천300억원)의 0.17%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시가로 계산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일 삼성전자 종가 5만9천800원으로 평가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30조3천900억원에 달한다.

삼성생명 총자산의 9.56%로,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약 3억4천900만주(약 20조8천500억원)를 처분해야 한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율도 현재의 8.51%에서 2.67%까지 떨어진다.

현재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은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0.7%에 불과한 반면 삼성생명은 현재 국민연금 다음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많이 보유한 지배주주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고리인 셈이다.

그런데 삼성생명법 통과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내다 팔면 이 고리가 약화한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삼성바이오직스 지분 43.44%를 매각하고 이 자금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배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물산에서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경영권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삼성물산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 17.08%로 최대 주주며, 부친 이건희 회장의 지분 2.84% 중 일부도 물려받을 전망이다.

다만 이 방법은 막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법인이 보유주식을 매각하면 22%에 이르는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이 차익에 붙는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매각하며 내야 할 법인세 규모가 4조~5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매각할 때도 법인세를 또 내야 한다.

보험업계는 삼성생명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보험사에 대주주나 계열사 등에 대한 투자 한도를 별도로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며 그나마 일본은 자회사와 관련 회사 주식은 투자 한도 계산 때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초우량 자산으로, 삼성전자 주식만큼 보험 가입자에게 큰 이익을 주는 자산을 찾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나온다.

20대 국회에서 같은 내용의 법안이 폐기됐지만 21대 국회는 '슈퍼 여당'의 의지에 따라 처리가 가능하다.

금융당국도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국회에 출석해 "(평가를) 시가로 해서 그때그때 위험성을 파악하는 건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삼성생명법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관건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 법안 1소위를 통과할지다.

야당 의원 상당수가 이 법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데다, 삼성생명이 2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 지분을 시장에서 처분하려 할 경우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투심이 흔들릴 우려도 있다.

'동학개미운동'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사들인 개인 투자자들이 반발할 수 있는 것이다.

mr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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