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금융그룹의 어닝서프라이즈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자 은행주에 대한 평가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부실화할 가계와 한계기업의 대손비용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실적이 악화할 것이라며, 은행주를 저평가하는 인식이 강했으나 오히려 늘어난 대출자산과 견실한 자본건전성을 내세우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성장주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에 순매도 일색이던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도 개선되는 모양새다.

특히 국내 금융그룹뿐 아니라 해외 유수의 글로벌은행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면서 성장주로서의 금융주 재평가에 힘이 실리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에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는 9조74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직전 분기보다 30% 넘는 성장을 시현했다.

저마다 직전분기에 대규모로 충당금을 적립한 만큼 분기 대비 성장세는 당연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이례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충당금 기저효과로만 보기에는 설명이 부족하다.

특히 신한·KB·하나금융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가량 누적 순이익 규모가 늘었다.

리딩금융을 다투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은 분기 경상이익 1조원 시대를 열며 올해 3분기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대형보험사 인수합병(M&A)에 성공한 두 금융그룹은 비이자수익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매분기 1조원 수준의 이익체력을 자신하고 있어 실적 성장세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금융지주는 주주환원보다는 손실흡수 능력을 우선해 달라는 금융당국의 권고에도 배당확대 의지까지 피력하고 있다. 충당금을 충분하게 쌓고도 늘어난 이익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은행주 중 유일하게 중간배당을 했던 하나금융은 올해도 그 약속을 지켰다. 신한금융은 내년부터 분기배당 가능성을 열어놨다. 4대 금융지주 모두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배당실시를 사실상 못 박았다. 이들은 현재 26% 안팎인 배당성향을 조만간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실적에 기반한 배당 확대가 비단 국내 금융지주만의 일은 아니다.

전일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배당검토 소식이 전해지며 장중 5% 급등했다. 영국 금융당국이 코로나19를 이유로 배당자제를 권고했지만, 밝아진 경제 전망과 실적 개선을 이유로 배당 지급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달 3분기 실적을 공개한 미국 대형은행들도 금융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결과를 발표했다. 일례로 JP모건은 당기순이익뿐 아니라 건전성이 개선되며 4분기 실적 목표도 상향 조정했다. JP모건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배당금을 지급하며 주주환원을 우선으로 생각했다.

미국 은행들은 비이자수익이 커지고 일반관리비와 대손을 줄였다. 특히 유동성 장세로 상승국면에 진입한 증시가 도움이 됐다. 올해 상반기 선제로 적립한 대규모 충당금 덕에 자본 비율도 크게 개선됐다.

국내 은행은 여기에 더해 이자수익마저 늘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정부 주도로 가계와 기업에 자금을 공급한 게 은행의 대출자산 확대로 이어졌다.

은행이 선제로 쌓은 충당금은 미래에 환입으로 이어진다. 더이상 충당금 적립을 일회성이 아닌 경상 요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국내 은행에 충당금은 일종의 '저축'이 됐다.

올해 한국은행이 단행한 빅컷 이후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우하향 곡선을 그렸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주춤해졌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한 우려보다 극복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장기금리도 일부 상승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정상화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을 고려하면 은행 이자수익 증가도 유효하다.

여기에 모든 최고경영자(CEO)가 전사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도 은행의 판관비를 줄이는 덴 효과적이다.

그간 매도 일색이던 시장 참가자들도 3분기 실적을 확인한 이후 순매수 행보에 동참하고 있다.

실제로 4대 금융지주 모두 실적발표를 기점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몰렸다. 덕분에 전일 유가증권시장의 금융업종지수는 4포인트 넘게 오르며 지난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배당주로서의 매력이 부각되는 4분기 진입을 앞둔 데다 3분기 발표된 저마다의 어닝서프라이즈가 은행주를 되짚어보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며 "펀더멘털 대비 지나치게 저평가된 국내 은행이 내년에도 현재의 이익체력을 유지, 또는 개선한다면 확실한 성장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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