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국내 기관의 투자 심리가 움츠러들면서 서울 채권시장에서 유동성이 떨어지는 물가채 등을 중심으로 약세가 심화하는 모양새다.

29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물가채 20-5호는 지난 27일 장중 오버 8.8bp에 거래됐다. 전일 강세장에서도 물가채는 약세를 이어갔다. 이날도 물가채에 대한 손절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A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손실 한도를 때려 맞은 것인지 (지난 27일) 손절 추정 물량이 급하게 나왔다"며 "싼 가격에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자 우르르 더 싸게 팔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크게 약해졌다"고 전했다.

국내 기관이 나서지 않는 가운데 외국인이 상당량을 사들이고서야 가파른 약세가 잦아들었다. 외국인은 지난 27일 물가채 20-5호를 341억 원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 달 높은 캐리가 예고돼 있는데도 물가채에 대한 회피 심리가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9월 물가가 전월 대비 0.7% 오른 점을 고려하면 다음 달 물가채의 캐리만 8% 수준이 예상된다. 물가채는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에 비례해 원금이 늘어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현재 국내 손익분기 인플레이션(BEI)도 65.7bp로, 낮은 편이다. 지난 9월 전년 대비 물가 상승률(1.0%)과 비교하면 물가채가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물가채를 회피하는 이유로 유동성을 가장 먼저 꼽았다.

B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캐리가 잘 나와도 약해질 땐 한없이 약해진다"며 "무엇보다 문제는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다는 점이다"고 지적했다.

향후 저물가 전망도 시장 참가자들이 매수에 나서지 않은 요인으로 지목됐다.

C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11월에 캐리가 잘 나오지만, 이후에는 역캐리가 날 것으로 보인다"며 "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유가 약세, 휴대폰비 감면 등을 고려하면 향후 물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B 채권 딜러는 "시장 분위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조금 더 벌자고 물가채를 사서 가슴 졸이고 싶지는 않다"며 "미래 지급을 위해 인플레이션 헤지를 해야 하는 연금 등 엔드유저의 입장은 다를 텐데, 이들의 채권 비중 중 물가채 규모가 너무 작다"고 말했다.

C 채권 딜러는 "오늘도 손절이 나오면서 물가채가 박살 나는 분위기"라며 "전처럼 외국인이 등판할지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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