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특파원 = 미국 국채 가격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실업 등 경제지표 호조 속에서 11월 3일 대선에 대비하면서 큰 폭 하락했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9일 오후 3시(이하 동부시각)께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5.4bp 오른 0.834%를 기록했다. 3주여 만에 하루 상승폭으로 가장 컸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0.3bp 상승한 0.152%에 거래됐다.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전장보다 5.3bp 오른 1.623%를 나타냈다.

10년물과 2년물 격차는 전장 63.1bp에서 이날 68.2bp로 확대됐다.

국채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1월 대선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매도해 국채수익률이 큰 폭 올랐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승리하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든, 선거 후 재정 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 부양책이 나오면 자금 조달을 위한 신규 국채 공급이 불가피한 만큼 미 국채시장은 대선을 주시하고 있다.

실제 투자자들은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 양원을 모두 장악하는 싹쓸이에 대비해 국채를 팔고 있다고 시장 참가자들은 전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길 경우 보다 공격적인 재정 지출 계획을 수립해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기대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에서도 GDP 등 경제지표가 가파른 경제 회복을 나타냈고, 뉴욕증시가 강하게 반등한 점도 미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 선호 감소 요인으로 일부 작용했다.

대형 기술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요 주가지수가 급락세에서 벗어나 강하게 올랐다. 장 초반 0.77%까지 떨어졌던 10년물 국채수익률도 증시 상승폭 확대와 함께 0.8% 위로 뛰어올랐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3분기 GDP 증가율 속보치는 연율 33.1%로, 시장 예상보다 좋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면서 1분기에 -5.0%로, 2분기에 -31.4%로 73년 만에 최악의 기록을 세우다 강하게 반등했다.

주간 실업보험청구자수도 2주 연속 감소해 70만 명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시장 예상을 하회했으며 지난 3월 팬데믹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 활동이 급반등하고, 실업 사태도 점차 안정되지만, 11월 3일 대선을 앞둔 상황이어서 지표 민감도는 크지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에서 확산하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경제 활동 제약 공포도 여전하다.

전세계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가운데서도 미 국채 값은 크게 오르지 못했다. 국채가 위험자산 하락의 완충작용을 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대선 불확실성으로 인해 최근 주가 급락이 안전 피난처인 미 국채 수요를 크게 자극하지 못했다.

미 재무부가 이날 실시한 이번주 마지막 입찰인 530억 달러 규모의 7년물 국채 입찰 수요는 약했다. 강한 매도세 속에서 투자자들이 입찰을 꺼린 결과다.

스미스 캐피털 인베스터의 린제이 버넘 글로벌 매크로 분석가는 "블루 웨이브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스스로 포지셔닝하면서 스티프닝이 나타났다"며 "지금 당장은 시장이 희망하는 대로 경제가 도약하지 못하고 있는데 경제는 두 걸음 앞으로 갔다가 한 걸음 물러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퍼리스의 토마스 시몬스 자금시장 이코노미스트는 "7년물 입찰을 전후로 시장이 추가로 저점을 낮췄다"며 "딜러들이 연말을 준비하면서 이익을 확정하려 하고, 많은 추가 공급을 흡수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의 유동성이 제한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케네스 브룩스 분석가는 "3분기 GDP 반등은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며 "최종 확정치가 예상을 웃돈다 해도 4분기 전망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수익률 곡선 스티프닝, 주가 랠리를 이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파르탄의 피터 카딜로 금리 분석가는 "3분기 33.1% 성장이라는 헤드라인은 엄청나지만 4분기는 다른 이야기여서 투자자들은 예상보다 강한 3분기 GDP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도움이 없다면 더블 딥 침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주간 실업청구자수도 시장 예상을 웃돌았지만, 투자자들은 다음 주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에 개의치 않았다"며 "바이든이 대선에서 승리하고 공화당이 여전히 상원을 장악하면 공화당이 대규모 부양 패키지를 통과시키려는 바이든을 도울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웰스파고의 사라 하우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고용시장이 점차 회복하고 있지만, 여름 이후 개선 속도는 느려졌다"며 "3분기 기록적인 GDP 성장률 이후 청구자수 감소 추세를 볼 때 회복 모멘텀이 둔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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