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에서도 5대 금융지주들의 자본 여력이 증가하면서 배당확대 기대가 높아졌다. 다만 정부의 규제 효과로 재무 안정성에 착시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각 금융지주의 배당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바젤III 조기도입 효과…자본비율 '쑥'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의 평균 BIS자본비율은 14.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9bp 상승했다. 금융지주별로는 신한·하나·우리·농협금융이 각각 177bp, 23bp, 280bp, 119bp 늘어난 15.94%, 14.36%, 14.2%, 15.29%를 기록했다. KB금융만 푸르덴셜생명 인수 영향으로 14.69%로 전년 동기 대비 56bp 줄었다.

보통주자본비율(CET1)도 5대 금융지주 평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bp 오른 12.26%로 집계됐다. CET1은 납입자본·이익잉여금 등 핵심자금으로 구성돼 자본 여력의 핵심으로 꼽힌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신한·우리·농협금융이 각각 13.11%, 10.4%, 12.65%로 전년 동기보다 171bp, 200bp, 120bp 늘었다. KB·하나금융은 각각 13.08%, 12.07%로 같은 기간 127bp, 12bp 줄었다.





금융지주들은 바젤Ⅲ 개편안 도입으로 자본비율이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고 설명한다. 바젤Ⅲ 개편안은 기업대출의 신용리스크 산출 기준을 완화하는 게 골자다.

신용등급이 없는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100%에서 85%로 낮추고, 기업대출 중 무담보 대출과 부동산담보 대출의 부도시 손실률(LGD)을 각각 45%→40%, 35%→20%로 하향 조정했다.

하나금융을 제외한 금융지주들은 올해 9월부터 바젤Ⅲ 개편안을 도입했다. 신한금융은 바젤Ⅲ 최종안을 조기 도입해 3분기 CET1이 110bp 상승한 효과를 봤다. 농협금융 CET1에도 바젤Ⅲ 최종안 조기도입 효과가 포함됐다. 우리금융 CET1 비율은 3분기 바젤Ⅲ 최종안 시행으로 150bp 상승한 효과가 반영됐다. 내년에 내부등급법이 완결되면 자본비율이 100bp가량 추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KB금융의 바젤Ⅲ 조기 도입에 따른 CET1 비율 상승분은 100~130bp가량으로 추정된다. 하나금융도 내년 3월에 바젤Ⅲ 개편안을 도입하면 CET1이 150bp 상승할 전망이다.

◇신종자본증권이 견인한 자본비율

신종자본증권 조달로도 관리할 수 있는 기본자본비율(Tier1)이 상승하면서 BIS비율이 관리된 측면도 있다.

올해 5대 금융지주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3조9천5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발행한 규모인 2조650억원의 두 배를 넘겼다. KB금융이 1조6천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의 신종자본을 발행했다. 그다음으로 하나·우리금융이 각각 1조원과 9천억원의 신종자본을 발행했다. 신한금융은 4천5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농협금융은 신종자본증권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

이에 금융지주 평균 기본자본비율(Tier1)은 13.47%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bp 올랐다. 신한·하나·우리·농협금융이 각각 14.56%, 13.13%, 12.2%, 13.79%로 각각 195bp, 22bp, 270bp, 128bp, 103bp 올랐다. KB금융은 13.65%로 99bp 줄었다. 올해 대량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CET1 감소폭에 비해선 양호한 모습이다.





◇자본여력 충분…배당확대 기대 '솔솔'

BIS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이다. 자본금은 예기치 못한 손실을 흡수하는 완충역할을 하기 때문에 금융지주는 10.5%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요구한다. 손실을 감당할 필요가 있는 자기자본금을 넘어선 자본여력은 새로운 사업자금이나 배당금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자본비율이 감소한 곳도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감독당국의 권고치를 훌쩍 뛰어넘는 자본건전성 비율을 유지하면서 배당확대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배당금 전망을 상향하기도 했다. 미국 대형은행들은 올해 코로나19로 이익이 급격히 감소했는데도 3분기까지 주당배당금(DPS)을 코로나19 이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지주 경영진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배당은 가능할 것이란 답변을 내놨다.

김기환 KB금융 재무담당 부사장(CFO)은 "올해 적어도 작년 수준 배당성향(26%)은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용훈 신한금융 부사장(CFO)도 "올해 말 경상이익이 전년 수준 정도를 시현한다면 전년 수준의 주주배당금(1천850원)을 지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분기배당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나 정관상으로는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KB금융은 정관에 이미 분기배당도 가능하도록 명시돼있어 별도 정관변경이 필요 없다. 우리금융도 정관에 이사회 결의를 통해 중간배당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신한금융은 분기배당을 위한 정관 변경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중간배당을 하는 하나금융은 현재 정관상에 반기배당만 할 수 있게 돼 있어 분기배당을 하려면 정관변경이 필요하다.

◇자산건전성 '착시효과' 우려…배당고민 여전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현재진행형이라 대외 경제환경에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대규모 금융지원과 완화적 통화·재정정책으로 리스크가 이연돼 자본여력을 최대로 확보해야 할 시기라는 지적이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만기연장·상환유예가 건전성 악화를 이연시켰고 충당금 이슈를 부각했다"며 "규제 완화가 정상화되면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부실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은행들의 신용공급 규모는 상당한 시간 동안 확대될 것"이라며 "그 결과 위험가중자산 증가에 따라 자본비율은 하락을 계속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지속과 3분기까지의 대출 고성장으로 은행들에 자산 유보 요구가 높아진 점을 고려하면 은행들이 다소 보수적으로 배당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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