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최근 원화 강세가 국내 기준금리 인하를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3일 연합인포맥스 통화별 등락률 비교(화면번호 2116)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중 달러 대비 원화의 강세 폭은 6.16%에 달해 주요국 통화 중 강세 속도가 가장 가팔랐다. 같은 기간 중 위안화의 절상률은 5.68%, 유로화와 엔화는 각각 3.46%와 2.55%를 나타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는 위기 상황에도 원화 가치가 견조한 흐름을 지속하자 일부에서는 추가 통화정책 완화 기대도 커지는 분위기다. 당장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논거가 강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글로벌 위기 시에는 어김없이 작동하던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작용하지 않는 데다 원화 강세가 수출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원화 강세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하면 크게 다른 모습이다. 2008년 7월 말 1,012원에 머물던 달러-원 환율은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가파르게 치솟았다. 2008년 11월 말 1,469원까지 급등했고 급기야 2009년 2월 말에는 1,534원을 기록했다.

원화 약세는 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수요측 물가 하락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환율이 올라 물가에 상방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출 경로를 거쳐 국내 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외화로 표시한 국내 수출품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를 냈다. 원화 강세가 가격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러한 효과가 최근에는 원화 가치가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나타나지 않자, 추가 완화 기대가 일부에서 제기되는 것이다.

저금리에도 원화 가치가 견조하다는 사실은 금리 인하에 따른 자본 이탈 우려를 완화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국내 기준금리의 실효 하한을 더 낮게 볼 수 있는 논거인 셈이다.

다만 원화 강세에 따른 추가 완화가 현실화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부분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견해다.

저금리 지속에 따른 금융 불균형 우려가 한국은행의 당면 과제로 부각된 데다 한은도 통화가치 절하를 목표로 통화정책을 펴고 있지는 않다는 판단에서다.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과거보다 축소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원화 강세와 관련한 질문에 "우리나라 수출에 환율이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크지 않다"며 "국내 수출 구조가 고도화되기도 했고, 환율보다는 글로벌 수요, 국제 교역 상황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 상황에 좌우된다"고 답했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원화) 가치의 안정이 국내 경기에 대응하는 통화정책의 신축적인 조정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상황에서 원화 가치의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추가적인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 대응은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달러 약세를 글로벌 금융시장의 큰 흐름으로 주시하고 있지만, 추가 완화 기대가 커지는 상황은 아니다"며 "코로나19 확산세와 백신 개발, 경제 반등세에 더 무게를 두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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