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원화의 강세 속도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미 달러 약세 속 위안화 강세가 진행되자 프록시 통화로 영향을 크게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미국과 유럽 대비 방역이 잘 이루어지는 데다 수출 지표 등 펀더멘털 개선도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3일 연합인포맥스 통화별 등락률 비교(화면번호 2116)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중 달러 대비 원화의 강세 폭은 6.16%에 달해 주요국 통화 중 강세 속도가 가장 가팔랐다.

같은 기간 위안화의 절상률은 5.68%, 유로화는 3.46%, 엔화는 2.55% 절상됐다.









◇ 미 달러 약세 속 위안화 프록시 역할

하반기 중 미 달러화의 본격적인 약세 속 달러 대비 다른 통화의 강세가 본격화했다.

원화가 하반기부터 미 달러 약세에 연동되면서 움직인 것은 아니다. 원화는 7~8월 중 1,180~1,200원 수준의 박스권 장세에 갇혀 있었다.

무역수지 흑자가 이어졌지만 그만큼 달러 매수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에 따른 불확실성 우려에 기업의 달러 보유 성향이 커진데다 개인의 해외 주식 매수용 환전 수요도 늘어났다.

거주자외화예금은 3월 이후 지속해서 늘어나면서 8월에는 885억4천만 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7~8월 중 개인의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는 48억2천만 달러였다.

원화가 강세로 자리 잡은 결정적인 계기는 위안화 강세였다. 9월 초 중국 국채가 글로벌 국채지수(WGBI)에 편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위안화 강세를 용인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했다.

위안화 가치는 WGBI 편입 발표가 있었던 9월 중 달러 대비 0.82% 올랐고 원화는 1.15% 상승했다. 원화가 위안화의 프록시 통화로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 상대적으로 양호한 펀더멘털…역외 매도에 지지선 뚫려

10월 중 원화 가치 상승은 위안화 강세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10월 중 원화는 달러 대비 3.03% 절상됐지만, 위안화는 0.8% 절상에 그쳤다.

원화 강세가 두드러진 데는 수급이 큰 역할을 했다. 달러-원의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150원이 무너진 후 이렇다 할 지지선이 보이지 않은 가운데 역외의 달러 매도가 이어졌다.

10월 중 개장 전 마(MAR, 시장평균환율) 픽싱은 11거래일 동안 매도가 유입됐다. 픽싱 매도가 모두 역외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달러 매도 분위기가 우세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원화 강세의 이유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펀더멘털'을 꼽았다.

9월 무역수지가 86억9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플러스 전환한데다 10월 중에도 일평균 수출이 플러스를 나타냈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도 전기대비 1.9% 증가하는 등 코로나 속에서도 성장률이 개선되면서 회복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 은행의 외환딜러는 "한국은 제조업 중심 국가고, 코로나 속에서도 수출 개선이 나타나는 등 실물경제가 뒷받침되고 있는 점이 원화 강세로 연결되는 이유 중 하나다"며 "역외의 달러 매도 역시 원화 강세를 볼만한 펀더멘털 이유가 있기 때문에 들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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