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직장을 둔 맞벌이 부부 H씨는 수도권에 소재한 전셋집에 거주하고 있다. 그녀는 몇 년째 회사 근처의 동네에 내 집 마련을 하려고 했지만 번번이 소극적인 남편 때문에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에 매수하려고 했던 아파트 가격은 2억~3억원 정도 올랐다. 게다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전세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녀는 내 집 마련이 간절하지만 지금도 남편의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남편 얘기로는 통계에 따르면 그동안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앞으로 하락할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때 내 집 마련에 나서자고 한다. 그런데 친정 언니는 내 집 마련을 빨리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정말로 남편이 얘기하는 통계만 믿고 가격이 내려갈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지 궁금하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통계가 중요한 시대다. '통계'의 사전적 의미는 수집된 자료를 정리하고 그 내용을 특징짓는 수치를 산정하여 일정한 체계에 따라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3월 4천409건, 4월 3천24건, 5월 5천544건, 6월 1만5천606건, 7월 1만638건, 8월 4천987건, 9월 3천751건, 10월 2천60건으로 집계됐다. 분명 지난 3개월 대비 10월의 거래량은 급감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거래량이 늘어나면 가격은 상승하는 편이다. 반면 거래량이 줄어들면 가격도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이 추세다. KB국민은행 월간매매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은 지난 3월 0.73%, 4월 0.15%, 5월 0.00%, 6월 0.52%, 7월 2.14%, 8월 2.05%, 9월 2%, 10월 0.7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0월의 아파트 가격 상승폭은 크게 줄어들었다.

그렇다. 주택의 가격은 시장경제 원리로 보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돈과 시장금리 그리고 대출 및 세금 등의 각종 부동산 정책에 의해서도 가격은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주택의 과거 거래량과 가격에 대한 통계만 가지고서 미래의 가격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즉, 통계만 가지고 시장을 판단하면 과잉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새로 입주한 아파트 가격만 상승했는데 마치 전국의 아파트 가격이 몽땅 상승한 것처럼 착각할 수도 있다. 또는 서울지역의 일부 재건축아파트 가격만 떨어졌는데 전국의 아파트 가격이 전부 떨어진 것처럼 착각할 수 있다. 특히 거래절벽 상태에서 급매로 거래되는 한 두건의 아파트 가격은 신고가를 찍거나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마치 한두 건의 아파트 거래가 그 지역 전체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한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주택가격은 그 종류 및 소재한 지역마다 따로 움직인다. 즉 아파트를 비롯해 단독주택, 다세대, 다가구주택 등의 주택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파트 가격도 서울과 수도권 및 지방이 한꺼번에 상승하거나 하락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광역교통망 등 지역마다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가 다르고 지역적인 개발 호재도 가격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집 아파트 가격이 내려간다고 해서 친구네 아파트 가격도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소유한 아파트 가격은 내려가는데 왜 친구의 아파트는 가격은 상승하는 것일까. 이렇게 궁금증이 생기면 곧바로 발로 뛰어야 한다. 그래서 그 궁금증을 해소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발로 뛰지 않는다. 그 대신 손가락만 움직인다. 모바일을 통해 대충 아파트 가격만을 확인할 뿐이다. 언젠가는 '내 것도 오르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는 쓰레기통에 버리자.

방구석에서는 봄기운을 제대로 느낄 수는 없다. 봄기운은 밖으로 나가야만 만끽할 수 있다. 따라서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해서는 책상머리에서 통계만 신봉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또 손가락으로만 아파트 가격을 확인하는 것보다 동네를 발로 뛰며 정확하게 가격의 추이를 확인하고 판단해야 한다. 특히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는 휴화산(休火山)일 때에는 발로 뛰는 것이 답이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정중지와(井底之蛙)' 즉,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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