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아시아나항공의 균등 무상감자 결정에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과 소액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 실패 책임을 최대 주주인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묻지 않고 다른 주주에 전가하며, 과거 구조조정 사례와 비교해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금호석유화학과 소액주주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이 각각 11.02%, 58.2%에 달하기 때문에 균등 감자 안건의 주주총회 통과도 난항이 예상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이사회에서 기존의 1조1천161억원 자본금을 3분의 1인 3천720억원으로 줄이는 무상감자를 결정했다.

감자 비율은 3대1로, 액면가액 5천원 기명식 보통 주식 3주를 동일 액면금액의 보통 주식 1주의 비율로 무상 병합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자본잠식률이 56.3%며 추가 자본확충이나 감자 없이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어 감자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균등 감자를 추진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 이후 대주주가 회사 경영에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외부 요인으로 매각이 무산된 것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등 감자를 주장해온 금호석유화학과 소액주주들은 균등 감자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됐다며 강한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차등 감자를 하면 최대 주주의 보유 자본 총액이 줄어들고 지분율이 떨어지지만, 균등 감자의 경우 최대 주주의 지분율이 유지되는 대신 그만큼 나머지 주주들의 자본금 감소 폭이 커져 차등감자 때보다 손해를 보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을 위기로 몰아넣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분이 균등 감자로 그대로 유지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고, 과거 사례를 비춰 봤을 때도 이번 균등 감자 결정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특혜라는 것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2016년 현대상선 구조조정 당시 대주주의 7대1 무상감자를 요구했으며, 이에 현정은 전 현대상선 회장은 지분율 감소로 최대 주주에서 내려왔다.

2013년 STX조선해양, 2014년 동부제철 구조조정 당시에도 대주주의 100대1 차등 감자를 요구했었다.

이에 금호석유화학은 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의 균등 무상감자 결정에 대한 반대의견을 문서로 전달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소송을 통한 법적 대응 등 균등 무상감자를 저지할 수 있는 모든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균등 무상감자 안건을 다음 달 14일 임시 주총에 올릴 계획이지만,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과 소액주주의 반발로 안건 통과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손금 보전을 위한 자본 감소 안건은 상법상 주총 보통결의로 진행되는데, 출석 주주의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30.77%, 금호석유화학 지분은 11.02%, 소액주주 지분율은 58.2%로 금호석유화학이 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하는 상황에서, 소액주주들이 대거 주주총회에 참석해 많이 반대표를 던질수록 산술적으로 안건 부결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반면 균등 감자 안건이 부결되면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말 자본잠식률이 50%보다 높아져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매매거래 정지와 신용등급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주총에서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도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산업은행에 균등 감자 반대 의사표시를 전달했고, 가능한 모든 대응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최대 주주의 경영실패 책임을 다른 주주들에 전가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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