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업황 악화가 지속되면서 누적되고 있는 보험업계의 인수·합병(M&A) 매물들이 좀처럼 소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경쟁 포화로 보험영업 부문에서 정상적인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진 데다, '제로금리' 여파까지 겹치면서 자산운용 측면에서도 고전하는 점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악사손보는 지난 9월 예비입찰을 한 이후 아직 본입찰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원매자 자체가 거의 없었던 데다, 최근 보험업계에 깔린 저평가 기조 탓에 매각가(價)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현재 악사손보 딜은 김진만 부대표가 이끄는 삼정KPMG 크로스보더팀이 담당하고 있다.

앞서 실시된 악사손보 매각 예비입찰에는 강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신한금융지주와 카카오페이 등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옛 주인이었던 교보생명만이 참여했다.

교보생명이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간신히 딜 자체가 무산되는 상황만은 막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다만,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재무적투자자(FI)들과 분쟁을 겪고 있는 교보생명이 딜 완주에 적극적으로 나설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평가가 많다.

앞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조건만 맞으면 인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양측의 눈높이를 조정하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이후 각국의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 덕에 증시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보험사들의 주가만큼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렇다 보니 매각가(價)로 3천억원 수준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악사손보와 달리 금융권에서는 1천억원 중반대를 적정 수준으로 보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손보업의 경우 코로나19 여파 이후 손해율 개선 효과로 실적이 나쁜 편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이는 일시적일 뿐 수익성 추세나 펀더멘탈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보는 평가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사모펀드운용사(PEF)인 JC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서 매각 작업을 이어왔던 KDB생명 또한 '딜 클로징'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이는 구두 가이드라인 변경을 통해 우협 지위를 두 차례 연기해줬던 산업은행이 최근 "추가로 연장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데 따른 여파다.

JC파트너스는 KDB생명 인수와 관련해 지난달 말까지 배타적 협상권 확보했었지만, 신주 인수자금 확보 작업이 늘어지면서 우협 지위도 종료된 상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과거 지급여력(RBC)비율이 우수했던 푸르덴셜생명 등 우량 보험사들을 제외하면 중소형 보험사 매물이 소화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시 매물을 거둬들이는 쪽으로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매물이 쌓여 제값 받기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인 만큼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는 쪽이 현재 단계에선 나은 전략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전날 피터 정 AIA생명 대표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매우 중요하고 큰 시장"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됐던 매각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앞서 업계에선 메트라이프생명과 ABL생명, 동양생명, AIA생명에 더해 라이나생명까지 매각설이 시달리며 외국계 생보사 전체가 잠재 매물이라는 분위기가 확산한 바 있다.

손보사들 가운데서는 롯데손보와 한화손보 등이 M&A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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