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미국 국채금리가 향후 어떤 흐름을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이든 당선으로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실시될 수 있다는 전망에 채권금리가 장기적으로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민주당이 상원까지 모두 장악하는 '블루 웨이브' 가능성이 아직 불투명하다는 점은 변수로 남아있다. 만약 공화당이 상원을 수성할 경우 민주당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어려워진다.

향후 시장은 어느 쪽이 의회를 장악할지, 경기부양책이 언제, 어느 정도의 규모로 이뤄질지에 촉각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부양책 실시가 지지부진할 경우 연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 채권 시장, 부양책 논의 주시

최근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미국 대선 결과 전망에 따라 롤러코스터 장세를 나타냈다.

10년물 금리는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싹쓸이하는 '블루 웨이브' 기대감 속에 한때 0.9%대로 상승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공방을 벌여왔던 경기부양책이 이른 시일 안에 대규모로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금리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민주당이 상원 선거에서 고전하면서 국채금리는 빠른 속도로 되돌림을 나타내 한때 0.7%대 초반으로 되밀렸다. 이후 바이든의 대선 승리가 점점 굳어지면서 6일 10년물 금리는 0.8%대를 회복했다.

바이든이 인프라와 재생에너지 투자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부양책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부양책이 가시화될 경우 채권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양책 자금 조달을 위한 채권 발행이 증가하고, 경기 회복에 동반해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 채권 약세(금리 상승)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일부에서는 10년물 금리가 저항선인 1%를 돌파하리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우려했던 의회 분열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은 당분간 채권 금리 상승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은 상원 의석을 각각 48석씩 차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상원 다수당의 향배가 내년 1월 조지아주 결선투표에서 가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의회 분열이 현실화한다면 바이든의 정책 이행에도 험로가 예상된다. 민주당은 2조달러가 넘는 부양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약 5천억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 위축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 추가 부양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민주 백악관', 공화 상원'이라는 엇박자에 대선 이전과 같은 부양책 합의 논란이 이어질 경우 단기적으로 채권 금리는 대폭 상승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의 알렉 필립 이코노미스트는 "공화당이 상원에서 소폭 우위를 점할 경우 증세도 없겠지만 경기부양책 규모도 1조 달러 미만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 트럼프 지지자의 극심한 반발로 대선 이후 사회 불안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 등이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해 위험자산 회피·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질 수 있다.



◇ 연준에 추가 조치 요구 나올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제로금리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연준이 최소 2023년까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시사한데다, 가을철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재확산되면서 경제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코로나19 봉쇄 조치 완화에 힘입어 전기대비 연율 기준 33.1%를 기록했지만, 4분기에는 수치가 다시 나빠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준도 완화적인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변수는 역시 부양책이다.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규모 부양책 실시로 물가 상승이 나타날 경우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지리라는 전망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민주당이 백악관뿐만 아니라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웨이브' 승리를 거둘 경우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이 경우 연준의 첫 금리 인상 시기가 2024~2025년에서 2023~2024년께로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했다.

비앙코 리서치도 연준이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애초 의도한 시점보다 빠르게 통화완화 정책을 거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대로 코로나19 확산에다 부양책 협상 난항이라는 이중고가 겹쳐 실물 경기가 더욱 하강할 조짐을 보이면 연준에 대한 의존도는 다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당시 각종 조치를 쏟아낸 탓에 남은 도구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연준이 추가 조치를 꺼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M&G의 짐 리비스 최고투자책임자는 "민주당이 상원을 차지할 확률이 줄었다는 것은 대규모 추가 부양책이 나오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라며 "이는 미국 경제가 다시 둔화했을 때 (연준의) 통화정책이 (경제를) 지지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연준이 재차 구원투수로 나서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연준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성명에서 경제 지원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누가 의회와 백악관을 잡든 이들이 재정적으로 덜 지원해 준다면, 연준의 정책이 더 완화적으로 돌아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버코어 ISI 전략가들은 연준이 특정 기준에 부합할 때까지 채권 매입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하거나, 채권 매입 구성에서 장기물 채권 비중을 늘려 장기 금리를 더욱 낮추는 방법 등을 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연준이 그동안 도입 가능성을 부인해왔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나 채권수익률 곡선 제어 정책 등이 다시 거론될지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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