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호텔신라가 일본 시내 면세점 사업에 진출한 지 3년 만에 철수한다.

면세점 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올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 악화가 지속하자 해외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합작 법인 '다카시마야 듀티프리 신라&아나'를 통해 운영해온 일본 됴코 시내면세점 영업을 지난달 31일 종료하고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다카시마야 면세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본 방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3월 임시 휴업해오다 영업을 재개했지만, 정부의 입국 제한 조치 및 여객 수요 감소가 지속되면서 결국 폐점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내 장사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누적적자가 확대되던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덮치자 더는 버티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난 6월부터 일찌감치 지분 매각 논의가 있었고, 사업 재편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카시마야 면세점은 지난 2017년 자본금 9억8천만 엔(약 103억 원) 규모로 호텔신라(20%), 다카시마야백화점(60%), 전일공상사(20%)가 지분을 투자해 설립했다.

다카시마야 신주쿠점 11층에 약 2천800㎡ 규모의 면세점을 열고 명품 브랜드, 화장품, 잡화, 시계, 가전제품, 주류 등을 취급했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올림픽이 연기되고 일본 내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철수하기로 했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11월 세계 1위 기내 면세점 운영 업체인 스리식스티(3Sixty) 인수로 33년 만에 해외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해외 면세점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아시아를 넘어 미국 등 북중미 지역으로 시장을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에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호텔과 면세사업 모두 직격탄을 입었고, 지난 1분기 20년 만에 사상 첫 분기 적자를 낸 데 이어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 적자는 1천500억 원에 달했다.

호텔신라는 비용 절감을 위해 신규 투자를 보류하고 기존 사업도 수익성 위주로 사업 재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수익을 내지 못하는 해외 면세점 추가 철수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앞서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올해에만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3개국 법인을 철수했다.

롯데면세점은 괌, 호주, 싱가포르, 베트남, 뉴질랜드 등 12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매장이 휴업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영업 재개 일정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면세점 업계는 코로나19 상황이 내년 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예정된 해외 사업 일정을 최대한 미루거나 추후 상황을 보고 재추진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국내외 면세점 영업 단축·중단으로 직원들이 유급·무급 휴직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 해외 사업은 외부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어느 사업 부문보다 불확실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코로나19를 계기로 당분간 해외투자도 상당히 보수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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