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GS그룹이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흡수합병을 결정한 것은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초대형 커머스 플랫폼을 만들어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내 1위 편의점 기업과 취급액 기준 업계 1위 GS홈쇼핑이 결합해 기술과 신사업으로 무장한 신규 사업자들과 기존 유통 공룡들에 적극적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GS리테일은 자산 9조 원, 연간 취급액 15조 원, 하루 거래 600만 건에 이르는 초대형 온·오프라인 겸업 단일 유통기업이 된다.

GS리테일이 전국 1만5천 개 이상의 점포망을 보유하고 있고, GS홈쇼핑이 3천만에 가까운 TV홈쇼핑 시청가구와 함께 1천8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모바일 쇼핑앱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시장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자산 규모로는 롯데쇼핑(33조 원)이, 연간 매출액은 이마트(19조 원), 거래액 기준으로는 네이버쇼핑과 쿠팡(20조 원)이 선두권으로 거론되는 만큼 GS리테일은 이번 합병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 선발주자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다.

이번 합병 작업은 올해 초부터 두 회사 고위 임원이 참여하는 GS유통협의체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협력 과제를 도출하면서 진행됐다.

GS25 점포 판매 와인을 GS홈쇼핑 모바일앱에서 주문을 받거나 GS리테일 콜드체인망을 활용해 GS홈쇼핑 식품류를 당일 배송하고, 공동 기획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번 합병은 양사가 가진 구매력과 판매력을 극대화한다는 점뿐 아니라,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업에서 각기 다른 핵심역량을 가진 두 회사가 함께 성장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GS리테일은 적극적으로 점포수 확대에 나서며 최근 5년 사이 평균 10%의 고성장을 이뤘지만 점포수 정체와 경쟁 격화, 비대면 소비 확산에 따른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 찾기에 고심하고 있었다.

GS홈쇼핑 역시 대규모 외국계 자본과 오프라인 기반을 갖춘 대형 사업자들이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 속속 뛰어들며 경쟁이 심화하자 대응책과 신성장 동력 찾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GS리테일은 이번 합병을 계기로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는 것은 물론, GS리테일이 보유한 전국적인 점포망과 물류 인프라를 통해 TV홈쇼핑과 모바일커머스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최근 온라인쇼핑몰의 대표격인 아마존이 아마존고, 아마존프레시, 홀푸드 같은 오프라인 점포로 확장하고 네이버와 CJ그룹이 전략적 제휴를 통해 온·오프라인 시너지 모색에 나선 사례, 쿠팡이 대규모 물류배송 인프라와 결합한 서비스 차별화를 이룬 점 등 온·오프라인 결합은 유통시장의 커다란 흐름이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합병한다면 패션과 리빙, 건강 카테고리에 강한 홈쇼핑과 신선식품에 강점을 가진 편의점, 슈퍼마켓 사업이 상호 보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양사의 물류 인프라가 통합된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신선식품 배송망을 고도화하는 한편 배송 및 픽업서비스도 한층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은 물류 인프라와 배송 노하우의 결합으로 종합 풀필먼트 사업으로 진화시킨다는 방침이다.

통합법인은 식품·IT·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신규사업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해외시장 진출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GS리테일은 이번 합병을 계기로 올해 15조4천억 원 수준인 양사 취급고가 2025년에는 25조 원으로 연평균 10%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 결정은 급변하는 유통시장에서 더 뒤처지다간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라며 "GS리테일이 승부수를 띄운 만큼 CJ, 롯데 등 비슷한 유통구조를 가진 기업들의 사업재편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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