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한진그룹과의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3자 주주연합의 향후 대응 구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반도건설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모펀드 KCGI와 함께 주주연합을 구성해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해 왔으며, 권홍사 회장은 그 중심부에 있었다.

다만, 3자 연합 주체들이 강도높은 주주간 계약 관계로 묶여있어 권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 반도건설이 당장 발을 뺄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 회장은 그간 3자 연합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 왔고 계열사들을 통해 3자 연합 중 한진칼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권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반도건설은 사업 부문별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한다.

권 회장은 올해 7월 반도건설과 반도홀딩스 등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는데, 사업부 조직이 안정되고 경영실적이 호전되면서 공식적으로 퇴진 의사를 밝힌 것이다.

권 회장은 앞으로 반도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지역 문화사업과 장학사업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권 회장이 반도건설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3자연합의 큰 축이었던 반도건설의 영향력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권 회장은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한진칼 주식을 계열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매수하면서 한진그룹 경영 참여의 뜻을 내비쳤다.

권 회장은 지난해 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만나 자신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으로 선임할 것을 제안하고, 자신이 원하는 인물을 한진칼 감사로 앉히는 방안과 한진그룹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개발권 등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의 요구에 조 회장 측은 반발하며 반도건설이 지분매입 목적을 단순투자로 위법하게 공시했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반도건설의 의결권을 5%로 제한하는 결정을 내려 올해 3월 한진칼 주총에서 패배하면서 조 회장이 사내이사로 연임하게 됐다.

하지만 올해 3월 정기주총 이후에도 반도건설은 지속해서 지분을 확대해, 대호개발과 한영개발, 반도개발 등 계열사가 가진 지분은 한진칼 전체 지분의 20.06%에 달하게 됐다.

KCGI가 보유한 지분은 20.34%고 조 전 부사장 지분은 6.31%로 3자 연합이 보유한 지분은 46.71%에 달해 조 회장 우호 지분 41.3%와는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됐다.

3자 연합은 임시 주주총회 또는 내년 3월 정기주총 등을 통해 또다시 한진그룹과 경영권을 둘러싼 표대결을 모색하고 있다.

일단 권 회장이 반도건설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3자 연합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 온 KCGI의 주도권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도건설 측에서는 권 회장의 외아들인 권재현 반도건설 상무가 권 회장의 뒤를 이어 3자 연합에 물밑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반도건설의 지주회사 반도홀딩스 지분은 권 회장과 권 상무가 각각 69.61%와 30.06%를 가지고 있다.

반도홀딩스는 권 상무에게 2015년부터 2017년 배당을 몰아주면서 권 상무가 2대 주주로 올라셨고, 시장에서는 권 상무가 권 회장에 이어 반도건설 경영권을 승계할 것으로 관측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3자 연합이 주주계약 관계로 묶여있기 때문에 권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돈을 뺄 가능성은 낮다"며 "권 상무도 함께 권 회장과 같이 적극적으로 한진칼 지분 매입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권 회장의 역할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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