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의 백신 개발 소식을 계기로 전세계 금리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통화정책 환경에 변화가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심리가 경기 침체 우려에서 회복 기대로 급격히 전환하면서 그동안 재정확대를 뒷받침하는 양적완화(QE) 정책을 펼친 중앙은행들이 금리 급등에 대처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다.

추가 완화 1주일만에 금리 급등 역풍을 맞은 호주중앙은행(RBA)이 대표적이다. 반면 한국은행은 완화 정책을 시행하면서도 일정한 선을 지켜 이번 금리 급등 국면에서 안정적인 시장 관리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지난 9일(현지시간)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90% 이상의 예방률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에 미국 국채 10년 금리는 이틀간 14.87bp 급등했고, 호주 10년 금리는 10일 하루 14.92bp 올랐다. 백신 소식이 시장에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금리 급등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채권시장 일각에서는 백신 개발을 계기로 글로벌 중앙은행의 완화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리 급등을 통해 완화정책이 계속될 수 있는지 시장이 중앙은행에 질문을 던졌다는 해석이다. 중앙은행들은 정부의 재정확대에 발맞춰 완화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정부의 이자 부담이나 부채 비율 관리 측면에서 양적완화 정책을 급격하게 철회할 수는 없을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시장의 불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유럽중앙은행(ECB)보다는 호주중앙은행(RBA)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앙은행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호주의 금리 상승은 RBA가 지난 3일 새로운 완화 정책을 발표한지 1주일만에 나타났다.

RBA는 3일 기준금리를 0.25%에서 0.1%로 인하하고 향후 6개월간 5~10년 만기의 국채를 1천억 호주달러(약 80조 원) 규모로 매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RBA가 수익률곡선 제어(YCC) 정책을 도입했음에도 10년 금리가 0.9%대로 뛰어올랐다"며 "0.9%라면 RBA가 비전통적인 수단으로 금리를 억제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도 자산매입을 통해 시장과 실랑이를 벌일 것이지만 호주금리 급등에 RBA가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시장 상황이 변하자 그동안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한국은행의 선택이 오히려 부각되는 분위기다.

한은은 올해 들어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으로 기준금리를 0.5%까지 내렸다. 다만 이는 0.1%인 호주나 0.0~0.25%인 미국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한은의 국고채 단순매입 역시 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금리를 끌어내리는 QE나 YCC와는 성격이 다르다. 전체 규모도 총 11조 원으로 QE로 볼 수 없는 수준이다.

한은이 자제력을 발휘한 효과는 전일 국고채 10년물 금리 상승폭이 5.6bp로 미국이나 호주에 비해 크게 작았던 사실에서도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다른 신흥국에 비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금리 상승세가 곧 진정될 수 있다는 기대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국고 3년 기준 1.0%를 넘는 수준으로 잠시 오를 수는 있겠지만 외국인의 매수세가 나타난다면 금리가 곧 안정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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