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연말이 가까워졌음에도 단기자금시장이 이례적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은행채는 신용스프레드가 다소 확대하는 등 상대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공급 부담이 커진 영향인데, 상승한 금리 덕에 연간 투자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의 캐리투자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787)에 따르면 전일 기준 은행채('AAA'ㆍ3년만기)와 국고채 간 신용스프레드는 20.8bp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직전인 지난 2월 25일 19.9bp의 연저점을 기록한 것과 불과 1bp가량의 차이다.

금융채 가운데서도 특수은행채 금리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전일 산업은행채 3년물 신용스프레드는 14.8bp로 지난 2월 연저점보다 0.1bp 더 낮았다.

통상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단기자금시장이 경색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예년과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은행들이 지난 8~9월 예대율 증가에 대비해 양도성예금증서(CD)와 정기예금 자산담보기업어음(ABCP) 등으로 자금 조달 방식을 다변화하면서 은행채 발행을 줄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와 달리 만기 1년 안팎의 단기구간 은행채 신용스프레드는 횡보하거나 일부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은행채로 자금을 조달한 은행들이 주로 단기물을 중심으로 채권을 찍어내면서 해당 구간의 공급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상반기 은행채를 보유해 충분한 이자수익을 거둔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들의 차익 실현성 매도 물량이 풀린 것도 단기물 공급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은행채 'AAA'급 2년물 신용스프레드는 전일 기준 22.5bp로 지난 8월 연저점인 14.1bp에서 꾸준히 확대했다.

같은 등급의 은행채 1년물 신용스프레드도 해당 기간 8bp 늘어난 25.9bp로 집계됐다.

은행채 단기물의 상대적 약세에 단기금리가 오르면서 연말까지 채권을 보유해 이자수익을 얻으려는 캐리투자 수요 또한 들어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로 은행채를 매집한 기관은 듀레이션(잔존만기)이 짧은 물량 위주로 사들이는 자산운용사 등 투신(투자신탁) 계정으로 나타났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565)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는 은행채 순매수를 지난 8월 3조6천953억에서 9월 7조5천829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렸다.

지난달부터 현재까지는 은행채를 10조원 이상 순매수했고 이 가운데 8조3천여억 원이 잔존만기 1년 안쪽의 채권이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은행채나 특은채 3년물 금리는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해 스프레드 관점에서 투자 매력이 다소 떨어진다"며 "현재 단기물은 RP(환매조건부채권) 북을 운용하는 곳들이 관심 가질 수 있는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시중 유동자금이 풍부한 상황이고 1년 이내 은행채는 만기 보유 목적의 캐리 투자가 대부분"이라며 "연말이 다가오면서 증권사는 관리 모드에 들어가는 반면 운용사는 성과를 내기 위해 분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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