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한진칼이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조건으로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가지게 되면 '캐스팅보트'로서 경영권 분쟁 향방의 키를 쥐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한진칼 지분을 46% 가량 보유하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주주연합이 정부의 이번 빅딜에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정부와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산은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진칼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산은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수천억원을 투자한 뒤 이 자금으로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사들이는 방식이다.

이에 한진칼은 아시아나항공 1대주주로 올라서고, 한진그룹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국적사 두 곳을 보유하는 초대형 항공사로 거듭나게 된다.

한진그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항공업 둔화로 대한항공이 현금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산은의 유상증자 참여로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

산은이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3자연합(46.71%)과 조 회장측(41.3%)에 이어 한진칼의 3대 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만약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조건으로 산은이 경영권 분쟁에서 한진그룹을 측면 지원한다면 3자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3자연합은 올해 3월 정기 주총에서 패배한 후 지속해서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면서 조 회장 측과의 격차를 벌려왔다.

3자연합은 한진칼 신주인수권증권 공개매수에도 적극적으로 나섰고, 지분 격차를 바탕으로 올해 임시 주총 등을 준비하면서 또다시 한진그룹과 경영권을 둘러싼 표 대결을 모색하고 있었다.

하지만 산은이 한진그룹 편을 들어주면 그동안 3자연합이 한진칼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했던 노력이 허사가 될 수도 있다.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발행 주식 총수의 100분의 30을 초과하지 않으면 이사회 결의 만으로 제3자 배정이 가능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한진그룹이 유상증자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제3자 배정방식을 선택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희석되기 때문에 KCGI에서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3자연합은 한진칼이 올해 5월 대한항공의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고려했을 때, 이를 반대한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한 바 있다.

3자연합 측은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3자배정을 추진한다면 위법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상법상 경영권 방어 목적의 3자배정 유상증자는 주주권익 침해 가능성에 따라 금지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3자연합이 대거 지분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3자 유상증자를 진행하게 되면 강한 반발이 있을 것이고, 소송 등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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