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정부가 현재 연 24%인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인하하기로 한 것은 추세로 자리 잡은 저금리 기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하며 한국은행이 '빅컷'을 단행한 이래 1%대 대출금리가 현실화한 상황에서 고금리 대출에 내몰린 취약 차주들은 20%의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시대착오적'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명순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국장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최고금리를 마지막으로 낮췄던 2018년 2월 이후 시중 평균 금리와 가계의 신용대출 시중 평균 금리가 각각 1.5%포인트(p), 1.5%P씩 하락했다"며 "지금이 최고금리 인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대내외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고, 투자 수익률도 낮아지는 상황에서 20%대의 고금리를 부담하면서 경제생활을 지속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라며 "대부업체를 통해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대부분이 상환능력과 관계없이 24%의 최고금리를 일률적으로 적용받고 있다. 최고금리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이분들의 금리부담은 낮아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연 20~24% 금리를 부담하는 대출 이용자는 전체 금융권의 20% 정도다. 이들의 대출 규모는 약 300만 건, 15조 원에 달한다. 해당 대출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금융 소비자가 상환능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법정 최고금리를 적용하고 있단 얘기다.

물론 일각에선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서민의 대출 공급에 독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위도 이런 우려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오전 당정 협의에서 "최고금리 인하가 저신용자의 대출 가능성을 아예 없애버릴 수 있는 위험도 있다"며 "인하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우려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방식, 시기, 보완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우려에도 법정 최고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은 이들이 정부 차원의 정책상품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2월 법정 최고금리를 27.9에서 24%로 인하했을 당시에도 24%가 넘는 이자율을 적용받던 고금리 대출 이용자의 81.4%가 최고금리 이하의 민간 금융권 대출과 정책상품으로 흡수됐다.

금융위가 이번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계기로 햇살론 등 저신용자 대상 서민금융 상품을 확대하기로 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 국장은 "최고금리를 인하하면 금융회사는 차주의 신용도를 더욱 까다롭게 볼 수 있고, 이에 따라 대출을 더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금융회사 입장에선 과도한 대출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심사역량을 보다 발전시켜서 상환능력이 있는 차주를 고객으로 흡수해야 하는 유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가계부채 관리를 총괄하는 금융위는 그간 다양한 정책을 통해 능력만큼 빌리고 조금씩 나눠 갚는 분할상환을 강조해왔다. 더불어 취약차주에 대해선 사각지대가 없도록 다양한 재무 회생 방안의 선택 폭을 넓혀왔다.

이 국장은 "대출은 결국 상환해야 하는 만큼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무조건 고금리의 대출을 공급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며 "복지 차원의 채무조정, 신용회복 등을 통해 회생을 먼저 지원하는 것인 올바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 인하 폭을 4%P로 확정한 것은 코로나19 상황 아래의 금융권 부실률을 고려해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국정과제 중 하나였던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그간 연 10~22% 등 다양한 수준에서 인하 방안이 검토돼왔다.

금융위는 다양하게 법정 최고금리를 설정해 시뮬레이션 한 결과 현 수준에서 4%P 인하가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이 국장은 "올해 6월 기준 금융회사의 부실이 지속한다는 가정하에 이자 부담 경함 효과, 그리고 제도권 금융, 대출 탈락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연간 추가로 공급하기로 한 서민금융 상품 규모가 2천700억 원 수준인 것도 앞서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했을 경험을 기반으로 추산했다.

이번 최고금리 인하로 이자 부담이 줄어들 대출 이용자는 20% 넘는 금리의 대출을 이용하는 239만 명의 87%인 208만 명 정도다.

나머지 31만 명은 만기에 따라 향후 3~4년에 걸쳐 민간대출 이용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앞서 최고금리가 인하했던 2018년 2월에도 민간 금융회사에서 흡수하지 못한 차주 중 60%는 자율 조정을 통해 자금 수요를 줄였고, 나머지 40% 중 28%는 햇살론과 같은 정책서민금융 상품을 이용했다. 사채 등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비중은 12% 정도로 추정됐다.

이 국장은 "불법사금융으로 불가피하게 넘어갔던 과거의 차주 등을 고려하면 40% 정도를 민간 대출이 흡수하지 못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 수요만큼 정책서민금융을 추가로 공급하기로 했다"며 "추가 공급 금액은 연평균 2천700억 원 이상으로 필요하다면 추가로 확대 공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향후 코로나19를 이유로 경기 상황이 악화하더라도 최고금리 인하 시점을 연기하거나 인하 폭을 조정할 가능성은 없음도 시사했다.

이 국장은 "현재로서 내년 하반기에 20%로 최고금리를 인하하는 부분에 있어 조정폭을 조정하거나, 시행 시기를 미루는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며 "오히려 정부 측 준비 상황에 따라 시행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하도록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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