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구조조정 방식으론 다 죽는다…'빅딜' 선택한 산업은행
과거 구조조정 방식으론 다 죽는다…'빅딜' 선택한 산업은행
  • 이현정 기자
  • 승인 2020.11.1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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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산업은행이 국적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하는 초대형 '빅딜' 카드를 선택한 것은 과거의 구조조정 방식으로는 기업 경영 정상화를 꾀하는 것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인식이 반영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종 전체가 고사 직전에 놓인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선·인력 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과 주주 감자 등 단순한 구조조정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산은은 아울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통해 경쟁 심화로 제살 깎아먹기에 이른 국내 항공산업의 구조를 전면 개편하고, 근본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하겠다는 큰 그림도 염두에 뒀다.

정부는 1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산은이 8천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아시아나 경영정상화 방안을 논의, 확정했다.

산은은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진칼에 3자 배정 유상증자로 5천억원, 영구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3천억원을 투입한다.

한진칼은 2조5천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하는 대한항공에 이 자금을 투입하고,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지분 63.9%를 가진 최대주주가 된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통합 국적항공사가 출범한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기간산업인 항공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초대형 국적항공사가 등장하게 되는 셈이다.

이번 빅딜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이후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던 중 나온 고육지책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코로나19가 단기간에 끝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2개의 대형 항공사를 두고 정부 지원을 이어가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산은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3조3천억원을 이미 소진했고, 최근 기간산업안정기금 자금 2천400억원을 추가로 수혈받았다.

대한항공도 지난 4월 산은과 수은으로부터 1조2천억원을 지원받았고, 현재 채권은행과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청 절차도 진행 중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이 내년 하반기 이후로도 지속될 경우 정부는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이 회장은 기존에 밝힌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 방안으로는 회생이 역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시장은 산은이 과거 금호그룹 구조조정 때와 마찬가지로 자회사 매각과 감자, 영구채 출자전환 등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서는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기 위해서는 더욱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봤다.

경영 정상화를 이룬다 해도 항공업황이 여전히 어두운 상황에서 재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 같은 결단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관련 정부부처와 함께 대한항공과의 인수·합병(M&A) 작업을 물밑에서 시도했다.

EY한영과 베인앤드컴퍼니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한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대한항공과의 통합으로 초대형 국적항공사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했다.

제2의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이 합병 절차를 밟은 사례처럼 또 한 번의 빅딜로 1, 2위 모두 어려움을 겪는 항공업계의 경쟁력 강화 전략으로 삼은 셈이다.

지난 20년간 국가, 항공사 규모를 불문하고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고자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항공사 통폐합이 활발히 진행됐고,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항공사 통합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 또한 빅딜 추진의 명분이 됐다.

정부의 정책자금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글로벌 항공산업 톱10 수준의 위상과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는 점, 단일 국적항공사가 지니게 될 국가 경제 위상 및 국민 편익 측면에서도 추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또 이번 딜로 산은이 보유하게 될 신주는 대한항공의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한진칼과 대한항공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어 효율적인 자금 집행이 가능하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데 채권단이 도움을 주긴 했지만,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지분 전체를 담보로 잡는 등 경영 책임을 부과하면서 특혜 논란도 상당 부분 불식시킬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회장이 국책은행 아래 구조조정 기업을 오래 두는 방법으로 경영정상화를 끌어내는 과거 방법에서 벗어나 대한항공과 협상에 나선 것은 신의 한 수"라며 "경영권 방어가 최대 과제였던 조 회장 입장에서도 당장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윈윈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동걸식 해법이 진정 묘수로 인정받으려면 향후 한진그룹의 경영혁신이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 산은이 기대한 만큼의 경쟁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도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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