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대한항공이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을 받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대립 중인 KCGI를 비롯한 제3자 주주연합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은이 한진칼에 5천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3자 연합의 지분 희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주주연합은 임시 주주총회를 비롯해 법적 대응과 함께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적극 대응에 나설 방침이지만, 시장은 산은의 등장으로 3자 연합의 견제 기능이 힘을 잃게 돼 결국 경영권 분쟁이 종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1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산은이 8천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아시아나 경영정상화 방안을 논의, 확정했다.

산은은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진칼에 3자 배정 유상증자로 5천억원, 영구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3천억원을 투입한다.

한진칼은 2조5천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하는 대한항공에 이 자금을 투입하고,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지분 63.9%를 가진 최대주주가 된다.

정확한 지분은 유상증자 세부 내용이 결정돼야 하지만, 산은은 5천억원 지분 투자로 한진칼의 지분 10% 안팎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조 회장 측의 우호 지분율은 41.14%, 3자 연합은 46.71%인데,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조 회장 측은 산은 지분을 더해 지분율이 50%를 넘어서게 된다. 반대로 3자 연합의 지분율은 40% 초반으로 낮아진다.

양측이 유통 주식의 대부분을 확보한 상황에서 산은이 거머쥘 10% 지분은 강력한 캐스팅보트가 되는 셈이다.

그동안 꾸준히 지분율을 높여온 3자 연합 입장에서는 어렵게 잡은 승기를 놓칠 위기에 몰렸다.

3자 연합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공식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즉각 반발에 나섰다.

3자 연합은 "이번 인수 결정은 한진칼과 대한항공 일반주주 및 임직원들의 이해관계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주주 전체를 상대로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실권이 생기면 산업은행에 배정하는 방식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산업적 시너지와 가치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 없이 재무적으로 최악의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한진그룹에 편입시키는 것은 임직원의 고용과 주주 및 채권단의 손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서 "향후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산은의 증자 참여를 막겠다"고 강조했다.

3자 연합은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이사회 결의 무효확인 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3자 연합은 한진칼 정관상 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한 유상증자는 이사회 의결만으로 제삼자 배정을 결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발행주식 총수의 3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긴급한 자금조달을 위해 국내외 금융기관에게 신주를 발행하거나 자본제휴를 위해 상대방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주식예탁증서(DR) 발행에 따라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등에만 이사회에서 결의할 수 있다.

지금까지 경영권 분쟁이 있는 회사에 3자 유상증자 배정이 인정받지 못했던 만큼 이번 결정이 정부의 산업정책이 우선하는 지, 기존 법 논리가 적용돼야 하는 지를 놓고 법적 다툼 소지가 있다.

이와 관련, 산은은 이와 관련 필요하다면 3자 연합과 협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3자 연합 및 기타주주와도 의견을 같이 할 수 있다"며 "경영권 분쟁이 발생해도 통합 작업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3자 연합과 협의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3자 연합은 또 이번 산은의 유상증자 참여로 명분이 생긴 만큼 즉각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할 계획이다.

한진칼의 유상증자가 지분 가치 하락 등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3자 연합이 10% 안팎을 보유하고 있는 소액 주주들이 3자연합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다만, 정부 주도하에 이번 빅딜이 이뤄진 상황에서 3자연합이 소송전에서 이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산은이라는 우군 등장으로 조 회장은 3자 연합의 지분율 격차를 10% 가까이 벌리게 되면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금력이 풍부한 반도건설이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서지 않는 등 일련의 상황을 종합할 때 이번 빅딜을 계기로 3자 연합 구성원 간 불화설이 수면 위로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자 연합이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고 강력 대응에 나서지 못한다면 사실상 내년 3월 주주총회 이전 경영권 분쟁 이슈는 끝날 것"이라며 "법적 대응 이전 추가 우군 확보 등 새로운 대응 전략이 시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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