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해지면서 서울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초대형 인수합병 소식에도 대한항공 회사채는 유통 거래에서 비교적 강하게 거래되면서 인수자가 지는 통상적인 리스크를 반영하지 않은 모습이 나타났다.

인수합병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맡은 산업은행도 추가로 산업금융채권(산금채) 발행을 늘려야 하는 상항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조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산업은행은 인수를 위한 8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다.

역대 최악의 부진에 빠진 항공업계에서 국내 양대 항공사를 합치는 방안은 금융시장 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빅딜이 성사되면 글로벌 10대 항공사로 발돋움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녹록지 않은 항공업 전망 속에서 막대한 부채 규모는 부담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지난 2분기 기준 자본잠식률은 56.3%에 달하는데, 대한항공 역시 자금 사정이 빠듯한 상황이다.

다만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대한항공이 인수합병으로 떠안게 될 막대한 부채에도 합병 자체가 당장의 리스크로 작용할 우려는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정부와 국책은행이 자금 지원 등을 통해 항공업 내 인수합병을 지원하는 만큼 동반 부실화 위험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보면 대한항공 채권을 사는 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산은이) 인수자금을 지원해주고, 대한항공 입장에서 유일한 국적항공사가 되기에 업권 위치로 보면 상당히 좋은 위치를 차지하는 나쁘지 않은 딜이다. 채권자 입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상환하는 데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실적도 좋아져 단기물 채권은 거래될 수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아무리 부채비율이 높아져도 이대로 도산시키기 어려운 대마불사"라며 "재무 상태와 업황이 안 좋아도 정부의 지원 가능성 측면은 높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항공 회사채(무보증, BBB+)는 인수 공식화 소식이 전해졌지만, 유통시장에서는 전보다 강한 수준으로 거래됐다.

전일 만기가 내년 7월과 8월인 대한항공 회사채(BBB+)는 총 40억 원이 민간평가사 금리보다 32bp가량 높은 수준에 거래가 체결됐다.

증권사의 한 채권 중개인은 "대한항공 회사채가 이 정도에 거래되면 상당히 좋아진 것"이라며 "(이전에는) 오버 100bp에도 안 나갔는데, 같은 물건(내년 8월 만기)이 지난주에 오버 49bp에 거래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요새 BBB급 수요가 있고 거래 단위가 20억씩이라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인수합병을 지원하기 위한 산금채 추가 발행 계획은 현재로서 없다고 밝혔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자금 8천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 "(시장에서) 산금채 발행에 대한 얘기가 따라오긴 하지만 지원액도 1조 원 아래로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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