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저금리 기조가 전세계적으로 확대된 가운데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된 일부 국가 은행들은 은행 간 인수합병을 통해 생존을 도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국제금융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적용 중인 유럽·일본 은행권에서는 경쟁력 유지를 위해 은행간 통합을 모색하고 있다.

통상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시중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을 축소하고 운용수익 감소를 초래한다. 실제로 유럽은행들의 NIM은 2015년 이후 계속 하락해 지난해 말 평균 1.4% 수준에 그쳤고, 스위스·덴마크·일본 은행권의 NIM은 1%를 하회하고 있다. 미국·호주 은행권의 NIM이 각각 3%대와 2%대라는 것을 고려하면 부진한 수치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런 상황에서 유럽·일본 은행권이 은행간 M&A 등 경영 통합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 은행권은 코로나19 이후 대형은행 간 합병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다. 올해 7월 유럽중앙은행(ECB)이 은행권 M&A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데 따라서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인테사 산파올로(Intesa Sanpaolo)는 UBI 은행(UBI Banca)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지분 3분의 2를 확보하며 유럽 은행권에서 1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합병 딜을 완성했다.

스페인에서는 카이샤 은행(CaixaBank)과 방키아 은행(Bankia)이 합병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6천500억 유로 규모의 자산과 약 2천만명 고객을 보유한 스페인 최대 은행이 됐다.

스위스 은행인 UBS 그룹도 내년 초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와의 합병을 검토 중이다.

일본의 경우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재편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동북 지방의 아오모리 은행과 미치노쿠 은행이 합병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금융센터는 "새로 취임한 스가 총리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은행들을 대상으로 통합 방안 등을 검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거점 및 규모가 유사한 은행들의 인수합병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비용 절감에도 나서고 있는 점도 소개했다. 향후 금리가 상승 기조로 전환된다고 해도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 탓에 NIM이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대형은행들은 디지털 전환 최고책임자(CDTO)를 새로 만들고 AI·로봇업무자동화(RPA) 등을 도입했다. 미즈호 은행은 AI와 RPA를 활용해 은행 서류작업의 80% 이상을 자동으로 처리하고 있다.

유럽 은행권은 적극적인 인력구조조정을 포함한 비용 절감 프로그램에 착수했다. 소시에네제네랄(Societe Generale)의 경우 상부에 집중된 임금구조를 개선하고 인건비용을 감축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들의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HSBC는 올해 말까지 45억달러 규모의 비용을 절감하고, 오는 2022년까지 3만5천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도이체방크(Deutsche Bank)도 2022년까지 1만8천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국제금융센터는 "현재 은행권 NIM에 작용하고 있는 압력이 향후 최소 5년간 지속될 수 있다"며 "대형은행뿐 아니라 중소형 은행들도 장기적 관점에서 마이너스 금리·저금리에 따른 부정적 효과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wkim2@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3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