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김석동은 빠지고 강성부를 넣자
[데스크 칼럼] 김석동은 빠지고 강성부를 넣자
  • 고유권 기자
  • 승인 2020.11.1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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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2012년 10월 산업은행 국정감사. 대우조선해양이 일방적으로 감사실을 폐지했는데도, 산은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산은은 2006년 대우조선에 감사실을 설치했고, 2007년부터는 양해각서를 체결해 경영목표를 부과하고 분기별 실적도 보고하도록 했다. 하지만 대우조선은 2008년 산은 측 인사가 포함된 이사회 동의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감사실을 폐지했다. 막대한 혈세를 투입한 기업을 효과적으로 관리·감시하기 위해 산은은 감사실이라는 통로를 활용하려 했다. 하지만 정작 국민 세금을 받아 운영되는 기업은 최대 주주에게 아무런 통보도 없이 그것을 무력화했다. 산은은 무기력하게 보고만 있어야 했다. 이후 대우조선에서 일어난 수많은 방만과 부실 경영 행태는 손가락으로 셀 수도 없을 정도였다. 대우조선의 최고경영자(CEO)가 되기 위해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사람들만 늘어갔다. 산은 출신 임직원들도 대우조선을 그저 퇴직 후 좋은 재취업 대상으로 생각했고, 실제 많은 사람이 대우조선과 계열사로 옮겨갔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가 대우자동차를 인수해 출범한 GM대우(현 한국GM)의 2대 주주는 산은이었다. 2002년 10월 출범 당시부터 한국GM의 감사는 산은의 추천 몫이었다. GM의 의사결정을 감시하는 역할을 2대 주주인 산은이 맡은 것이다. 일종의 견제 장치였던 셈이다. 하지만 GM의 한국 철수설이 불거지면서 큰 논란을 일으킨 직후인 지난 2014년 4월 GM은 산은이 추천해 감사를 맡아왔던 인사를 해임한다. 대신 처음으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감사를 선임했다. 물론 산은이 보유했던 신탁계정 우선주를 모두 GM에 넘긴 데 따른 조치였다. 산은은 경영감시를 위해서는 감사를 자신들이 계속 추천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GM은 끝내 받아주지 않았다. 산은이 지분 17%를 가진 2대 주주이긴 하지만 경영 간섭은 싫었던 것이다. 한국 철수설의 근거가 된 쉐보레 유럽 철수 문제가 불거진 뒤 산은은 경영 및 회계자료를 요청했지만, GM은 일부만 넘겼다. GM은 이후에도 한국 철수설을 무기로 끊임없이 산은에 무리한 요구를 했다.

2014년 12월 아시아나항공은 5년 만에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서 벗어나 독자 경영에 들어갔다. 경영상황이 개선되고 자체 신용도를 바탕으로 외부 자금 조달이 가능할 정도로 경영이 정상화됐다고 산은은 판단했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에 내준 1조원 규모의 채권 만기를 2년간 더 연장해 줬다. 그 무렵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부사장이 여의도 산은 본점을 방문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을 총괄했던 산은 구조조정실이 있던 본점 5층도 들렀다. 당시 구조조정실 직원들은 박세창 부사장의 방문을 두고 술렁였다. 승계가 확실시되던 재벌가 자제가 직접 은행을 찾아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들뜨게 한 것 같기도 했다. 이후 정상화할 것으로 보였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또다시 산은을 들락거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무리하게 그룹을 재건하려던 박삼구 회장의 노욕이 결국 아시아나항공마저 팔게 했다. 산은 내부에서는 "왜 금호 앞에만 가면 우리는 약해지는 것인가"라는 지적들이 나오기도 했다. "미스테리하다"는 말까지 하는 직원도 있었다.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넘기고, 한진칼에 8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두고 특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경영권 분쟁 상황에 놓인 조원태 회장에 산은이 든든한 우군을 자처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무엇보다 '땅콩회황', '물컵갑질' 등으로 사회적 공분을 산 재벌 총수를 위해 혈세를 투입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과 비난이다.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지적이고 비판이다. 물론 산은은 이를 모두 부인한다. 조원태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체를 담보로 잡았고, 경영성과가 미흡하면 퇴진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방만, 부실 경영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메스를 들이대겠다는 것이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우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는다. 실제 산은과 한진칼이 전날 체결한 투자합의서에는 8천억원의 자금을 받는 조원태 회장과 한진칼이 지켜야 할 '7대 의무조항'이 담겼다. 의무조항 중 눈에 띄는 것은 산은이 사외이사 3인과 감사위원회 위원을 지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한진칼 지분 10.66%를 보유하게 되는 산은은 혈세 투입에 대한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 그 책임은 경영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한진그룹 총수와 경영진의 방만과 부실 경영을 사전적으로 차단하도록 하는 데 있다.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파견'하는 것은 그 첫걸음이다.

하지만, 아무리 강제성 있는 조항들을 채워놨더라도 결국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산은이 과거 출자기업들에 사외이사를 파견하고, 감사를 추천해 선임했더라도 도리에 어긋난 일들은 늘 발생해 왔다. 그것을 제대로 담보하기 위해선 사람을 잘 써야 한다. 누군가에게 한자리 만들어 주기 위한 일이 돼선 안 된다. 산은이 추천할 사외이사에 3자 주주연합 측 인사를 포함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3자 주주연합은 엄연히 한진칼의 1대 주주다. 3자 주주연합은 이번 '빅딜'의 본질이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 산은이 나선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비판한다.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 특혜를 방기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러한 논란을 산은이 불식시키고자 한다면 말보다 행동을 해야 한다. 특혜가 아니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3자 주주연합이 추천하는 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받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산은도 3자 주주연합과 대화를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한진칼 이사회 의장을 맡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도 자리를 내놓을 것을 권하고 싶다. 여전히 금융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김 전 위원장이 혈세가 투입되는 한진칼의 이사회 의장을 계속 맡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산은이 한진칼에 대해 강도 높은 경영감시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산은은 금융당국의 지휘를 받아야 할 처지다. 괜한 구설은 또 다른 시비와 논란이 될 수 있다. 후배 공무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결단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기업금융부장 고유권)

pisces73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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