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발표 직전 한진칼 지분을 담보로 127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대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은행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한진칼에 3천억원을 지원하는 등 총 8천억원의 혈세를 투입하면서 조 회장이 보유한 주식 전체를 담보로 잡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빅딜'이 성사되기 직전에 조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다른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고 자금을 확보한 것이어서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달 29일과 11월 5일 두 차례 걸쳐 한진칼 주식 57만5천주를 담보로 127억원을 대출받았다.

10월 29일 하나금융투자에서 주식 15만주를 담보로 27억원을 대출받고, 일주일 뒤에 하나은행에서 42만5천주를 담보로 100억원을 추가로 대출받았다.

조 회장은 지난 7월과 8월에도 각각 한진칼 주식 80만주와 70만주를 담보로 200억원씩 대출받은 바 있다.

당시는 조 회장은 10월 말까지 상속세를 납부해야 했기 때문에 이를 마련하길 위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고 조양호 회장이 별세하면서 보유 지분 17.84%가 법정 비율에 따라 상속됐고, 조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3남매는 6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5년간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연봉과 배당 수입 등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자산이 없어 상속세 납부를 위해서는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고 있어 보유 주식을 매각하기도 힘들다.

조 회장이 이번에 127억원의 추가 대출을 받으면서 담보로 맡긴 한진칼 지분은 0.97% 정도다.

상속세 연부연납과 이전 대출까지 포함해 금융권에 담보로 잡힌 지분은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6.54% 가운데 약 5.4%에 달한다.

향후 나머지 상속세 납부를 위해 담보로 필요할 수 있는 지분 일부만 남겨두고 모두 끌어다 대출을 받은 셈이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조 회장이 이번에 추가로 담보대출을 받은 시점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직전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올해 상속세 납부 시점이 완료된데다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 당장 필요한 자금이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 조 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산은에 담보로 제공하는 것이 논의되던 시점이어서 관심을 끈다.

조 회장이 담보대출을 받지 않았다면 산은이 확보할 수 있는 담보 물량은 더 늘어날 수 있었던 셈이다.

산은은 한진칼과 맺은 투자합의서에서 조 회장의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설정하면서 '경영성과가 떨어질 경우 담보를 처분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조 회장의 보유 주식 처분권을 가져간 셈이다.

산은이 담보로 설정한 조 회장의 지분은 이미 80% 이상이 금융기관과 국세청에 담보로 잡혀있다.

산은이 실제로 조 회장의 지분을 처분하려면 담보권을 1순위로 가진 금융기관에 조 회장의 대출을 먼저 갚아줘야 하거나, 2순위로서 담보 잡힌 지분의 15%만 받을 수 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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