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미 경제지표와 '인디언서머(Indian summer)'
<뉴욕은 지금> 미 경제지표와 '인디언서머(Indian summer)'
  • 승인 2020.11.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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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뉴욕의 위도는 북위 40도다. 위도로만 따지면 38도 언저리인 서울보다는 평양에 가깝다. 다른 지형적 요인을 제외하면 서울보다 좀 더 이른 시기에 추워지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유독 따뜻한 날이 많았다.

겨울이 오기 전에 가을이 깊어가면서 잠깐 여름날 같은 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이상 기후를 이곳 사람들은 '인디언서머(Indian summer)'라 부른다. 긴 추위가 오기 전에 잠깐 찾아온 따뜻한 보너스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잠깐의 따뜻함에 미혹되면 다가오는 추위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최근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에 대응하는 것을 보면 인디언 서머에 미혹됐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만 같다. 신고가 경신을 거듭하는 주가와 호전된 고용지표 등에 미혹해 경기 급강하라는 다가올 겨울을 대비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서다.

◇ 고용지표와 백신 개발 소신에 '미혹'

코로나 19에 대한 미국의 재정부양책은 지난 7월로 이미 종료됐지만 미국 경제지표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고용지표는 월가 전망치를 웃돌 정도로 양호한 것으로 풀이되면서 미국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의 실업률은 6.9%로 전월의 7.9%보다 1% 포인트나 호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 7.7%보다 큰 폭 낮았다.

비농업부문 고용도 약 64만 명으로 시장 예상 53만 명 증가보다 많았다.

고용호전에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으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효능이 탁월하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미 증시는 이달 중순부터 빅 랠리를 이어오고 있다.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은 안도랠리를 뒷받침하는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극저온 상태로 유통돼야 한다는 화이자 백신의 제약요건도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져서다.

◇ 미 경제의 기둥인 소비는 벌써 '겨울'

하지만 잠깐의 인디언 서머가 지난 뒤 가을의 끝자락이 되면 뼛속까지 시린 겨울이 도사리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엄혹함이다.

동력이 소진된 미국 경제에도 인디언 서머가 지나면서 냉기가 스멀스멀 엄습하고 있다.

미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기둥 가운데 하나인 소비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매 판매는 여섯 달 연속 증가했지만, 지난 9월의 1.6% 증가보다 증가세가 큰 폭 둔화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시장 전망 0.5% 증가에도 못 미쳤다.

식당과 의류 판매점 등에서의 소비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영향으로 풀이됐다.

지난 7월로 종료된 재정부양책의 약발이 이제는 다 소진됐다는 의미다.

소비는 앞으로 더 가파른 속도로 악화될 전망이다. 코로나 19의 재확산에 따른 봉쇄조치 등이 강화되고 있어서다.

◇ 다급해진 파월·다이먼 등도 추가 부양 촉구

미국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 지 2주일이 넘었지만 마땅한 후속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정권 이양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법률적 다툼만 강화하고 있다.

의회 차원의 재정부양책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2조2천억 달러 규모를 고수하는 민주당과 5천억 달러 수준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공화당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서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다급한 목소리를 다시 냈다. 파월 의장은 전날 샌프란시스코 지역 경제단체 '베이에어리어 카운슬' 주최로 열린 온라인 토론에서 경기 회복을 돕기 위해 연방정부가 추가 재정부양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바이러스가 지금 빠른 속도로 퍼지는 가운데 앞으로 몇 달은 매우 힘들 것"이라면서 재정 부양책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미국 중앙은행 총재가 정치권이 일 좀 하라고 일갈한 셈이다.

월가의 구루인 제이미 다이먼 JP 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좀 더 명시적으로 의회를 몰아세웠다. 다이먼은 이날 부양책 규모와 실업수당 연장 등을 둘러싼 민주당과 공화당의 태도는 유치할 정도라고 의회를 비난했다. 그는 경제 회복세를 뒷받침할 수 있는 보건의료, 사회간접자본, 교육 등 좀 더 큰 이슈와 관련된 추가 재정 부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월가의 구루는 인디언 서머 끝자락에 엄동설한이 있다는 점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배수연 특파원)

n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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