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원화 강세 속도가 심상찮다. 달러-원 환율은 11월에만 고점 대비 40원 넘게 하락했다. 아직 열흘가량 거래 일수가 남았지만, 지난달의 하락폭(약 30원)을 이미 넘어섰다. 지난 18일 달러-원 종가는 1,103.80원. '빅 피겨(큰 자릿수)'인 1,100원이 깨져도 이상할 게 없는 분위기다.

차트로 보면 하락 강도가 더 분명하게 전달된다. 월봉 차트상 달러-원은 지난 6월 이후 여섯 달 연속으로 음봉을 그리고 있다. 월봉상 음봉은 월초 대비 월말의 환율이 계속 낮아진다는 의미다. 이달 거래가 마무리되어야 하겠지만, 여섯 달 연속 음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여 년간 거의 나온 적이 없다. 그만큼 서울 외환시장 전반에 원화 강세 심리가 강한 상황으로도 해석된다.

원화 강세의 그림자는 익히 알려진 대로다. 수출에 대한 부담이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이 1% 오르면 수출은 0.5%가량 감소 압력을 받는다고 한다. 다만, 아직 지표상으로 하방 압력이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11월 들어 지난 10일까지 국내 기업의 수출금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1% 증가했다. 이에 앞서 나온 10월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3.6% 감소했지만, 조업일수 감소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상대적으로 환율 대응 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기업의 선방 덕분이다. 중소 수출기업의 환율 민감도는 훨씬 큰 것으로 전해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환율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낮아질 판이다.

외환당국은 다급할 수밖에 없다. 빅 피겨 붕괴 자체보다는 하락 속도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당국은 지난 16일 연합인포맥스 등을 통해 공식 구두개입을 한 데 이어 이날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나섰다. 홍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과도한 환율 변동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비상한 경계심을 가지고 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시장안정을 위해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용범 기재부 1차관도 환율 변동성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는 특히 원화 절상 속도 문제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럴 만도 한 게 원화는 지난 9월 이후로 6.5% 절상돼 주요국 통화 중 가장 높았다. 최근 원화 강세를 이끌어온 것으로 평가되는 위안화 강세폭보다 훨씬 크다. 위안화는 같은 기간 4.1% 절상됐다. 엔화 절상률은 2%에도 못 미쳤다.

환율 레벨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체로 보면 달러-원 환율은 연초 대비 50원 정도 내려간 거라 과도하다 보기 어렵다. 지난 10여 년간 1,000원에서 1,200원의 박스권이 공고하다는 점에서도 현 환율은 중간값 수준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에다 외국인 자금 유입, 위안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원화 강세 기조는 연장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의 원화 강세도 외부 요인 등 일부 불가항력적인 요소들이 많았다고 본다면 당국이 적극적으로 실개입에 나설 타이밍인지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과도한 쏠림을 막는 완급 조절에 무게를 두면서, 구두 개입과 스무딩 오퍼레이션 위주의 현 스탠스를 유지하는 게 지금은 최선일 수 있다. 빅 피겨에 가까워지니 레벨이 더 부각되는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당국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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