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하나의 대형 국적항공사로 통합하기로 한 것과 관련,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특히 재벌 총수의 경영권 방어에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된다는 논란이 그 중심에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8천억원의 자금을 대기로 한 것이 발단이었다.

산은은 한진칼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천억원을 출자하고 10.6%의 지분을 보유하게 될 예정인데, 현재 경영권 분쟁 상황에 놓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에 우호 지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다.

무엇보다 조원태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산은에 모두 담보로 맡길 뿐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한 푼도 사재를 내지 않는 구조여서 경영권 분쟁 백기사 확보와 함께 경쟁 국적항공사도 갖게 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물론 이번 인수·합병(M&A)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산은은 모두 억측이며 터무니 없는 오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재벌 특혜가 아니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항공수송업에 대한 특혜다"라며 이번 M&A의 본질이 재벌 특혜에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 발표한 직후부터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 회장과 대립해 온 사모펀드 KGCI와 시민단체, 노조와 정치권까지 나서 이번 M&A에 대한 문제점들 지속해서 제기하고, 비판하고 있다.

가장 뜨거운 쟁점은 조원태 회장에 대한 특혜 논란이다.

한진칼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5천억원과 전환사채(CB) 3천억원 발행을 통해 산은으로부터 8천억원의 자금을 지원받는다.

이를 통해 산은은 한진칼의 지분 약 10.6%를 갖게 된다.

한진칼은 산은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활용해 2조5천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대한항공은 다시 아시아나항공에 1조8천억원을 투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설 예정이다.

산은이 보유하게 되는 한진칼 지분 10.6%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논란은 가중된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조 회장 측 지분율은 41.1%에서 37.7%로, KCGI·조현아·반도건설 등 3자 연합 지분율은 46.7%에서 41.7%로 각각 감소하는데, 조 회장 측에 산은 지분율을 합치면 과반에 육박하는 47.0%까지 확대된다.

KCGI가 표 대결을 통해 뒤집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시장 일각에서는 산은을 조원태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산은의 자금 지원이 결과적으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더욱 강화해주는 꼴이 됐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3자 배정으로 한진칼에 자금을 투입하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경영권 분쟁에 있는 총수 일가를 지원하는 거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의원들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부담이 있던 산은과 경영권 분쟁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총수 일가의 이해관계가 맞았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특정 오너를 정부가 도와주는 식의 모습이 보여서 말들이 많다. 원칙이 확실히 정립돼야 한다"면서 비판에 가세했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도 성명서를 통해 "대한항공에 대한 한진칼의 지배력을 약화하지 않으면서 한진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권 안정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향후 항공산업 재편으로 인한 독점적 지위까지 추가적으로 보장해주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산은의 한진칼 지분 확보로 수세에 몰리게 된 KCGI는 연일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KCGI는 "조 회장의 단 1원 사재 출연도 없이 오직 국민 혈세만을 이용해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방어하고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KCGI는 지난 18일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추진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막겠다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러한 특혜 논란에 산은은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총수와 경영진의 경영 상황을 촘촘하게 관리·감독할 수단을 마련했고, 심지어는 경영 성과가 미흡할 경우 조원태 회장의 퇴진까지 이끌어 낼 장치도 갖췄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조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할 계획은 전혀 없으며 관여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산은은 한진칼과 맺은 투자합의서에 조원태 회장 등 경영진이 이행해야 할 7대 의무조항을 뒀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 1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조원 회장이 한진칼 지분 전체를 이번 인수계약 이행에 대해 약 1천700억원 가치의 담보를 제공했는데, 산은이 통합 추진과 경영 성과 미흡 시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했다"면서 "경영성과가 없으면 조 회장 지분을 강제 처분해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영에서 조 회장 일가가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장치도 뒀다는 게 산은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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