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지난 2017년부터 노조추천이사제를 시도하고 있는 KB금융에서 지난주 4번째로 제도 도입이 무산되면서 금융권은 금융공기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주주를 설득해야 하는 민간금융사보다 임명권자가 정부인 금융공기업에서 1호 노조추천이사가 탄생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20일 오전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를 새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부결했다.

윤순진 교수에 대해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 대비 찬성률은 3.48%, 류영재 대표이사에 대한 찬성률은 2.86%로 각각 나타났다.

이에 대해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대부분 주주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면 인사풀에 들어오게 되고 이후 정해진 절차를 거쳐 선임된다"며 "우리사주조합도 다른 주주와 동일하게 풀에 들어온 다음에 적절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어떠냐고 했는데 노조는 직상정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자 금융권에서는 다음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시도가 가능한 금융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빠르게 사외이사 임기가 도래하는 금융기관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다.

캠코의 경우 이달 28일 안태환, 정권영, 임춘길 등 사외이사 3인의 임기가 끝난다. 앞서 캠코는 지난 8월 노조추천이사를 시도한 바 있으나 무산됐다.

해당 사외이사들의 임기가 이번주에 도래하지만, 캠코에서는 아직 차기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절차가 시작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캠코 노조도 후보 추천을 진행하지는 않고 있다. 캠코 노조는 선임 절차가 시작되면 지난 8월에 추천했던 후보들을 포함해 추가적으로 후보군을 선정할 예정이다. 연말, 늦어도 연초에는 사외이사 선임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도 2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곧 끝난다. 기업은행의 경우 내년 2월에 김정훈 사외이사, 내년 3월에는 이승재 사외이사의 임기가 도래한다. 기업은행의 사외이사는 총 4명인데 이 중 2명의 자리가 비는 것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노사가 지난 1월 노조추천이사제에 대해 합의를 이뤄낸 만큼 내년 도입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해당 합의에는 윤종원 행장 이외에 임명권자인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이인영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함께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 노조는 올해 말, 내년 초에 본격적으로 인사를 추천할 예정이다. 적합한 인사를 추천하기 위해 인물 기준 등을 상세하게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금융노조가 민간금융사와 금융공공기관 등에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계속해서 시도하는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전보다 눈에 띄게 이러한 흐름에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이 지난 8월 말 더불어민주당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됐다. 현직 금융노조 위원장이 여당 최고위원이 된 건 처음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2017년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시절 금융권 최초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시도한 인물이다. 지난 2월 금융노조 위원장 취임 당시에는 노동이사제를 통해 경제 민주화 시대를 이끌겠다고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박주민,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이 발의돼 현재 국회에서 해당 논의가 계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금융노조로서는 박 위원장이 전무후무하게 여당 최고위원으로 자리하고 있는 지금이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하기에 적시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금융공공기관에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함으로써 여당과 정부가 얼마나 해당 사안에 의지를 갖췄는지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기 때문에 여당에서도 노조추천이사제에 대해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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