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3분기 미국 주식을 거의 손도 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개 종목을 신규 매입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470개 종목의 지분율이 3개월간 전혀 변동하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13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3분기 '13F(Form 13)' 보고서를 제출했다.

SEC는 매 분기가 마무리된 후 45일 이내에 1억 달러(약 1천100억원) 이상을 운용하는 기관 투자자에게 투자 종목 포트폴리오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기관들이 내는 보고서가 '13F'로 보유 주식 외에 콜옵션과 풋옵션 투자 현황도 기록된다. 매도(숏) 포지션은 공개되지 않는다.

지난 16일이 마감일이었던 국민연금의 3분기 13F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신규 편입 두 종목을 제외하면 전 분기와 비교해 지분율이 변동한 종목이 전무했다는 점이다.

애플과 테슬라의 경우 보유 주식 수 자체는 늘어났지만, 이는 두 회사가 액면분할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 애플은 4대 1, 테슬라는 5대 1 액면분할에 나섰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보유 주식 수도 애플은 506만926주에서 2천24만3천704주로, 테슬라는 18만2천145주에서 91만725주로 각각 300%, 400% 증가했다. 하지만 액면분할인 만큼 지분율 자체는 변동이 없었다.

신규 편입 종목은 매치그룹(MTCH)과 인터랙티브코프(IAC)다. 국민연금은 인터랙티브코프 주식 11만8천660주, 매치그룹 주식은 25만6천115주를 3분기에 매입했다. 매치그룹은 세계 최대 데이팅 앱 틴더(Tinder)를 운용하는 기업이며 인터랙티브코프는 카지노 기업 MGM리조트, 익스피디아 등을 소유한 사업체다.

이들 4개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470개 보유 종목은 주식 수와 지분율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3분기에 사실상 미국 주식을 손 놓고 있었던 셈이다.

지난 2분기엔 54개 종목을 신규 편입하고 68개 종목을 완전히 청산하는 한편 지분율이 변동하지 않은 종목은 단 4개의 상장지수펀드(ETF)에 불과했던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보고서에 나온 수치는 맞다"라면서도 "(매매하지 않은) 구체적인 사유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운용 지침에 따라 일정 시점이 지난 후 과거 주식 및 채권의 포트폴리오는 공개하지만 개별 종목의 구체적인 매매 사유는 밝히지 않는 게 원칙이다.

한 가지 추정할 만한 사유는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비중이 이미 연말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어 매매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공개된 8월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운용현황 잠정치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부문 내 해외주식 비중은 23.7%를 차지했다. 기금운용 계획상 올해 말 예상치 22.3%를 1.4%포인트 웃도는 상황이다.

운용 계획상 예상치는 중기자산 배분의 단년도 이행 계획으로 기금운용본부가 달성해야 할 목표치는 아니다. 하지만 연기금은 특정 자산의 비중 확대 속도가 과도하면 적절히 통제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해외주식의 실제 비중은 기준 비중 대비로도 0.8%포인트 상회 중이다. 기금운용 계획 대비 투자 진행 현황을 보면 올해 말 목표 비중은 해외주식이 22.3%에 ±1.5%포인트다. 8월 말 기준 비중은 23.0%, 실제 비중은 23.7%로 3분기에 이미 목표 범위 상단에 도달했다.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부문에서 북미가 차지하는 비중은 58.3%다.

연기금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내부 사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해외주식 비중이 전체 자산에서 너무 비대해지는 것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며 "속도 조절 차원에서 매매를 멈춘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민연금은 작년 같은 기간에도 해외주식 실제 비중은 이미 연말 목표 비중을 초과했으나 작년 3분기엔 미국 주식을 활발히 매매한 바 있다. 그런 면에서 올해 3분기 사례가 비중 제한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 9월 말 기준 기금 운용현황 잠정치 보고서를 보면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실제 비중은 21.6%였다. 기준비중은 20.9%, 연말 목표 비중은 20.0% ±1.5%포인트로 실제 비중이 이를 모두 상회했다.

반면 작년 11월 공시된 국민연금 13F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보유 종목 총 487개 중 57개 종목을 제외한 모든 종목에서 지분율 변동이 나타났다. 올해와 사뭇 대비되는 부분이다.







※ 국민연금 올해 3분기 美 주식 매매 현황

jhji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14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