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지난주 열린 국고채전문딜러(PD) 간담회에서 회장단의 연임을 제한하자는 안건이 나온 것으로 전해지며 채권시장의 눈길을 끌고 있다.

24일 복수의 시장참가자들에 따르면 지난 20일 열린 PD 간담회에서는 앞으로 회장단의 연임을 제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올해 PD 회장단은 회장에 KB증권, 부회장에 KB국민은행, 간사 크레디아그리콜 등으로 구성돼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감사를 맡고 있다.

공동으로 회장단 연임 제한 안건을 제안한 기관은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DB투자증권이다.

제안자들은 연임 제한을 통해 중소형 기관들도 회장단을 경험할 수 있고, 협의회의 운영에도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제안 취지를 설명했다.

대형사들만 연임하거나 번갈아 가면서 회장단을 맡는 현재 상황이 이어진다면 회장단이 아닌 기관들이 PD 업무에서 이탈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고,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의견 차이도 해소되기 어렵다는 문제 의식이 이번 제안이 나온 배경이다.

제안자들은 또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고자 연임 제한의 실제 적용은 내년이 아닌 내후년부터 하자는 의견을 덧붙였다.

PD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A사의 한 관계자는 "상위 PD와 하위 PD들의 이해관계가 다르다"며 "상위 PD들은 혜택을 많이 받는 것이 주 목적이고, 하위 PD들은 PD사가 많아야 각자의 의무 인수 물량이 줄어들어서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PD협의회는 기본적으로 PD간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시장 의견을 기재부에 전달하는 역할인데, 회원사가 회장단 자리를 한 번씩 맡으면서 책임감을 갖고 집행부의 역할도 강화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B사의 한 관계자는 "회장단 경험을 해보는 곳이 많아질수록 PD협의회에서 의견 개진이 활발해지고 각 사 내부에서도 PD 역할을 더 비중있게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C사의 한 관계자는 "일단 공평성 차원에서는 좋은 방향인 것 같다"며 "하위권 PD사들도 같은 PD 업무를 하고 있는데 한 쪽에서만 회장단을 독점하는 것은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형사들이 회장단을 맡는 경우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PD제도의 기본 목적이 국고채 발행 물량의 소화인데, 현실적으로 대규모 물량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PD협의회를 제대로 이끌 수 있다는 주장이다.

D사의 한 관계자는 "회장단 역할을 공평하게 맡는 차원에서는 연임 제한이 긍정적이지만 국고채 발행을 원활하게 하려는 기재부의 요구를 회장단이 충족시켜줘야 하는 측면도 있다"며 "기재부의 요구를 충족시켜줘야 회장단이 의견을 냈을 때 기재부도 이를 참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PD 관계자들은 현재 회장단에서 기재부의 정책 가점을 받는 직책은 회장과 간사 두 자리이며, 이 가점이 우수PD가 되는데 꼭 결정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회장단 활동으로 얻는 실익보다 회장단이 채권시장을 위해 봉사하는 측면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PD 관계자들이 모두 시장에서 평소 친분이 있는 사이인 만큼 이번 안건이 심각한 대립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회장단과 PD사들은 연말에 예정된 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안건을 처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리두기 강화로 회의 개최가 어려워지면 모처럼 나온 안건이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

C사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10인 이상 집회도 금지됐다"며 "2단계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회의 자체를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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