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서울 채권시장 장외거래에서 외국인의 천문학적인 매매 주문이 나왔다가 취소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액수가 너무 커 입력 실수라고 판단했지만, 과거 고의성이 의심되는 매매 번복 사례를 떠올리며 당국의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5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570)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23일 오후 2시 24분경 장외시장에서 통안채를 무려 100조 원어치 매수했다고 신고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채권 거래가 1천억 원 단위로 이뤄지다 보니 금액 입력 시 종종 단위를 착각해 벌일 수 있는 실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외국인은 매수 입력 직후 40초 만에 이를 취소했고, 20초 뒤 통안채를 1천억 원 사들였다고 다시 신고했다.

외국인뿐 아니라 국내 기관도 매매 입력 실수로 추정되는 사례가 발견된다.

은행은 같은 날 오전 10시께 장외시장에서 금융채 70조 원을 매수했다고 입력했으나 16분이 지난 시점에서 이를 번복했다.

지난 19일 장 마감한 뒤인 오후 5시 5분경 증권사는 국고채 4조5천억 원을 매도했다고 입력했고 곧바로 취소했다.

이로부터 4분 후 5시 9분경 국고채 20조 원 매수를 삭제했고, 20초 뒤엔 20조 원 매도 취소를 신고하기도 했다.

각각 700억 원과 45억 원, 200억 원 등 규모로 추정되는 거래의 입력 실수였던 셈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액수가 조 단위여서 명백한 실수라고 생각해 장세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액이 수천억 원 수준으로 신뢰할 만하고 신속하게 취소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실제 거래가 있었다고 받아들여지고 수익에도 충분히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앞서 수년 전 있었던 외국인의 장외거래 매매 취소 사례를 떠올렸다.

지난 2016~2017년 외국인이 국고채 30년물 매수 입력을 번복하면서 금리가 출렁였고 시장 교란 의혹이 불거졌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100조 원은 당연히 실수였다고 생각했겠지만, 장외시장 입력 실수가 장세에 영향 줄 때도 종종 있다"며 "과거에도 실제 거래로 착각한 적이 꽤 있었다. 다들 외국인 수급은 초관심사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과거 외국인이 약세장에서 몇십억 원 매도를 몇천억 원 매도로 띄웠다가 가격이 하락하자 선물 매수로 이익을 내고 취소ㆍ정정을 띄워서 이슈가 됐었다"며 "실수를 징계하기도 그렇고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도 따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당국이 장내거래뿐 아니라 장외거래에 대해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구제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장내거래에 대해서는 지난 8월부터 국고채 착오매매(딜 미스) 구제제도가 시행 중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장내 거래에 대해서는 사후 구제 조치나 사전 예방 조치 등을 실시하고 있다"며 "여기에 준해서 장외거래 또한 검토해보겠다"고 전했다.

mj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0시 06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