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판매량 회복세를 보이던 국내 완성차업체가 '노조 리스크'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 노조는 지난 25일부터 사흘간 하루 4시간씩 단축 근무를 하는 파업에 돌입했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 8월 말부터 22차례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으며 이번 부분파업으로 8천 대의 생산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민주노총 지침인 기본급 12만 원 인상,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과 함께 잔업 30분 복원, 기존 공장 내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 공장 설치, 상여금 통상 임금 확대 적용,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현대차 노조와의 합의안과 유사한 수준인 기본급 동결, 성과급 150%, 코로나 특별 격려금 120만 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 원, 우리사주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조만간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열어 파업 연장 여부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2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뤄낸 현대차와 달리 기아차 노조는 2011년 이후 9년 연속 파업을 이어가게 됐다.

이러한 노조와의 갈등은 결국 생산 차질로 빚어진다.

지난해 기아차 노조가 28시간 파업을 해 1만 대 가까운 생산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노조가 부분 파업을 벌여 기아차의 어려움은 가중될 전망이다.

기아차는 지난 10월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보다 6.1% 증가한 26만5천714대를 판매하는 등 코로나19에도 내수와 해외에서 모두 선방했다.

그러나 노조와의 갈등이 지속된다면 이러한 반등세를 꺾일 수 있다.

벼랑 끝에 섰던 한국GM 노사가 전일 4개월 만에 임금·단체협약 협상안에 잠정 합의한 것도 이러한 위기가 기저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잠정합의안에는 회사 측이 내년 초까지 조합원 1인당 성과급과 격려금으로 총 400만 원을 지급하고 인천 부평2공장에서 현재 생산하는 차종의 생산 일정에 대해 시장 수요를 고려해 최대한 연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측은 인천 부평1공장 등에 2021년부터 1억9천만 달러 규모 투자를 시작하기로 했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7월 22일 첫 상견례를 통해 임단협 협상을 시작한 후 총 24차례의 교섭을 가졌다.

노조는 회사 측과 협상안에 대한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이날까지 총 15일간 부분 파업을 벌였다.

GM 본사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협력 업체가 부도에 직면할 수 있다고 호소하면서 결국 노사가 서로 한발 양보했다.

한국GM 노조의 잔업·특근 거부와 부분파업으로 누적 생산 손실만 2만5천 대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여파로 6만 대의 손실이 있었던 것까지 포함하면 8만5천 대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이는 작년 한국GM 판매량 41만대의 20% 수준에 달한다.

한국GM은 지난달 3만1천391대를 판매해 내수와 수출 모두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이달 부분 파업 등으로 11월 판매량은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 10월 수출 부진으로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절반가량 급감한 7천533대에 그친 르노삼성차도 노조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다.

최근에 선출된 새 집행부의 임기가 내달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회사가 일방적인 정비지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민노총 지침인 기본급 12만 원 인상,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고수하는 노조가 있어 노사 협상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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