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뉴욕 토박이 유대인 천재 소녀 출신 재닛 옐런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출신이 미국 재무장관으로 지명되면서다. 옐런이 상원 인준을 받으면 이른바 경제정책 수장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게 된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백악관의 경제자문위원회 의장도 맡았던 적이 있어서다.

시장은 옐런의 지명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노련한 노동경제학자인 옐런이 그동안 대규모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중앙은행 독립의 도그마는….

하지만 옐런의 지명은 중앙은행의 독립성 차원에서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중앙은행이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가져야 한다는 도그마가 여지없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재무장관 출신이 중앙은행 장관에 도전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중앙은행 총재 출신이 행정부에 입각한 경우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예컨대 저명한 경제학자 출신이면서 하버드 대학교 총장 출신인 로렌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연준 의장에 도전했지만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조순 전 서울대 교수도 한국은행(BOK) 총재와 경제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모두 지냈지만, 국무위원 경력이 시간적으로 앞섰다.

그동안 경제학계 등은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신정분리의 대원칙처럼 중앙은행 총재의 행정부 입각을 경원시해왔다.

이처럼 중앙은행 독립의 도그마가 무너진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한몫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으로 각국의 중앙은행이 앞뒤 가리지 않고 재정 당국의 역할까지 자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연준 등 각국 중앙은행은 제한 없는 통화 증발에 나서며 사실상 재정의 영역에도 발을 담갔다. 이 과정에서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 혹은 마이너스 영역까지 낮추는가 하면 변형된 양적 완화 시행까지 했다.

일부 금융전문가는 인류의 역사가 예수탄생 이전(BC:Before Christ)과 이후(AD:Anno Domini,라틴어로 '그리스도의 해'라는 뜻) 나뉜 것처럼 금융의 역사도 코로나19 이전(BC:Before Crona)과 이후(AD:After Disease)로 나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노동경제학자의 정책조합과 제롬 파월 의장과 호흡은….

연준 의장 퇴임이후 재정의 역할을 유독 강조했던 옐런이 어떤 정책조합(policy-mix)을 선보일지도 벌써 관심을 끌고 있다. 노동경제학자 출신인 옐런은 유독 고용을 강조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옐런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총재로 재직하면서 "금융위기 직후 2009년 한 해 동안 GDP는 변동이 없었지만, 일자리는 오히려 4.6%가 줄었다"며 생산성 향상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기도 했다.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성장에 따른 과실이 상위계층에서 하위 계층 흘러내릴 것이라는 트리클다운(trickle-down)의 신화도 사라졌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은 코로나19에 대한 재정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기본소득 성격의 현금 퍼주기 정책을 가장 먼저 도입해 글로벌 표준처럼 만들었다. 추가 재정 부양책도 현금 지급 형태가 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연준 의장 출신인 옐런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예일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옐런은 전형적인 정통 경제학자다. 배우자인 조지 애컬로프도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이른바 경제학계의 주류다.

반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제학자 출신이 아니다. 전공도 경제학이 아니라 정치학이다. 파월 의장은 프린스턴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조지타운대에서 로스쿨을 마친 후 변호사가 됐다. 칼라일 그룹에서 8년간 파트너로 지내는 등 월가에서 경력의 대부분을 쌓아온 금융전문가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2년 중반 연준에 합류했다. 의장으로 발탁될 때부터 연준을 이끌기에는 전임자들보다 거시 경제 전문가로서의 경력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미국 경제 정책의 쌍두마차인 두사람이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 길이 없다. 다만 하나는 확실할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보다는 미 재무부와 연준의 불협화음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배수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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