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한국 대기업 중 가장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롯데그룹이 세대교체를 통해 위기 돌파에 나선다.

50대 초반의 젊은 최고경영진을 대거 발탁해 전진배치함으로써 조직의 활력을 불어 넣고, 외부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빠른 조직으로 바꾸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온라인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는 유통시장에서의 시장 지위를 회복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쇄신 인사 실험이 필요하다는 신 회장의 절박함이 묻어난다.

롯데그룹은 26일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50대 초반의 '젊은 피'로 대거 발탁하는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식품과 화학 부문에서 큰 폭의 인사 교체를 이루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이번 인사에서 롯데그룹 식품 BU장과 롯데칠성음료 대표, 롯데푸드 대표가 교체됐다.

코로나19로 대다수 식품업체가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활황을 보였지만, 롯데 식품사업부문은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했다.

이에 인적 쇄신을 통해 조직을 다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영구 신임 BU장은 지난해 롯데칠성의 음료와 주류 부문의 통합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1년 만에 식품 BU장으로 승진했다.

이 신임 BU장은 코로나19로 고전하고 있는 식품·음료 사업의 정상화 임무를 맡을 전망이다.

롯데칠성음료 신임 대표이사를 맡게 된 박윤기 전무는 26년간 음료와 주류 사업에 쭉 몸담은 음료 전문가다.

1994년 롯데칠성에 입사해 주요 보직을 모두 거쳤으며, 추진력이 강한 리더십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성 신임 롯데푸드 대표는 미국 시카고대 MBA 출신으로 동원F&B와 CJ제일제당을 거쳐 2009년 롯데그룹에 합류했다.

2014년부터 롯데미래전략연구소 대표를 맡아왔으며 롯데푸드의 신성장 동력 발굴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는 화학 부문에서도 변화가 많았다.

신 회장은 인사 발표 전일에도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의왕 사업장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회동하고, 최근 롯데정밀화학 공장을 방문하는 등 화학 부문에 중점을 둬왔다.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이사에는 황진구 부사장이 내정됐다.

황진구 신임 롯데케미칼 신소재 기초소재 대표이사는 롯데케미칼 신규사업과 LA프로젝트 담당, LC USA 대표이사를 거쳤다.

기존 롯데케미칼 기초 소재 대표였던 임병연 부사장은 롯데미래젼략 연구소로,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생산본부장 박현철 전무는 LC Titan 대표이사로 이동했다.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투자 확대와 함께 인적 역량을 강화하고, 장기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판단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큰 폭의 물갈이 쇄신도 이뤄졌다.

계열사 대표와 단위조직장 60명 중에 13명을 교체했다. 지난 8월 비정기인사바뀐 6명을 포함하면 19명을 교체했다.

이는 지난해 창사 이후 가장 많았던 22명과 비슷한 규모다.

롯데그룹은 다른 그룹에 비해 유독 코로나19 타격을 크게 받았다.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4개 BU 모두 올해 실적이 부진하게 나오자 오프라인 소매유통업을 중심으로 하는 롯데그룹의 사업구조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에 신 회장은 외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신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젊은 CEO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7월 하반기 사장단 온라인 회의에서도 "코로나19로 뉴 노멀이 된 '70% 경제'에서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 한다"며 "우리가 지금까지 해 왔던 업무 방식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코로나 시대 경영전략이 바뀌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업무상의 낭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CEO가 해야 하는 첫 번째 일"이라며 "우리가 해왔던 사업의 경쟁력이 어떠한지 재확인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본업의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당부하기도 했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는 젊은 경영자들을 전면에 내세워 시장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신성장 동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함으로써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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