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강수지 기자 = 하반기 중 달러-원 환율이 100원가량 하락했음에도 증권사의 외화예금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

당국 규제에 따른 필요 유동자산 보유와 외화 환매조건부증권(RP) 판매에 따른 외화 보유 등이 주요인이지만, 그런데도 증권사의 달러 매수 포지션이 무거워진 만큼, 연말 결산을 앞둔 이들의 향방에 시장참가자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증권사의 외화예금은 약 7조1천421억 원으로 2분기 6조9천48억 원 보다 2천억 원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말 3조1천636억 원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났다.

3분기 말 기준 삼성증권 2조3천345억 원, 미래에셋대우 1조948억 원, 신한금융투자 1조465억 원, NH투자증권 8천486억 원, 한국투자증권 7천893억 원 등으로, 5개 증권사가 보유한 외화예금은 6조1천137억 원이다. 2분기 말 5조6천284억 원에서 5천억 원 가량 늘어났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증권사의 외화예금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금융당국의 파생결합증권 관련 외화자산 보유 의무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해외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 자체 헤지 규모의 일정 비율을 외화 유동자산으로 보유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를 대비해 증권사들이 외화를 적극적으로 보유하기 시작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주가 연계형 파생결합증권(ELS·ELB) 미상환 발행 잔액은 71조9천579억 원을 기록했다. 전기 대비, 전년동기대비 모두 감소했다.

국내 증권사의 ELS 잔액이 연초 대비 줄어든 것과 대조적으로 외화예금이 늘어난 데는 외화 환매조건부증권(RP) 판매에 따른 외화 보유 등이 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권사의 외화예금이 과도하게 쌓인 구체적인 이유가 있음에도 증권사 포지션에 따른 우려의 시각도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를 포함하더라도 증권사의 외화 보유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하반기 중 달러-원 환율 100원 가까이 하락하는 등 원화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증권사의 달러 보유에 따른 평가손실을 감내하는 상황인 만큼,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경우나 연말 손익을 확정하기 위해 달러를 팔아야 할 가능성에 시장참가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에서도 부서별로 자금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단정하기 어렵지만, 대부분이 금융당국에서 내놓은 규제 관련한 외화유동성 확보 차원일 것으로 본다"며 "외화 보유는 연말에 어떤 형태로든 대차대조표에 반영되지만, 증권사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 결산으로 자금을 정리하는 수요가 있다면, 관련한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는 것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의 달러 예금 보유 이유로 ELS 관련 증거금, 유동성 확보, 외화 RP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며 "증권사의 외화예금이 모두 롱을 들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긴 어렵고, 결산을 앞두고 증권사가 달러 예금을 청산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마다 의사결정이 다 다르겠지만 연말 결산을 앞두고 부담을 느끼는 곳이 있을 수 있고, 특히 연말에는 네고 물량이 유입되면서 수급상 환율 하락 재료가 우위를 보인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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