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 내달 23일 전원회의서 수수료 인하 등 방어 총력전 나설 듯

대한항공-아시아나 심사에도 영향…공정위 부담↑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우아한형제들 인수 조건으로 자회사인 요기요 매각을 조건으로 내건 가운데, DH가 다음 달 최종 심사 전까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DH가 요기요 매각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다, 공정위도 5조원 규모의 이번 인수·합병(M&) 결정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아 최종 기업결합 승인 여부 판단이 해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30일 투자은행(IB)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다음 달 23일 열리는 전원회의에서 DH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결합 안건을 심의한다.

1심 법원 격인 전원회의는 공정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 등과 비상임위원을 포함해 총 9명의 위원이 피심의인인 DH의 의견을 청취하고 최종 합의를 한다.

앞서 공정위 사무처는 DH에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승인하기 위한 조건으로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전달했다.

공정위는 국내 배달앱 시장 1, 2위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결합할 경우 시장 점유율 90%를 넘어 이들이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배달·주문수수료 인상 등 시장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배달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쿠팡이츠, 위메프오 등 새로운 사업자들이 속속 시장에 진입하고 있지만, 아직 배달의민족-요기요와 겨루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전원회의에서 사무처 실무진의 판단이 담긴 심사보고서를 보고 최종 판단하는데, 기업결합 심사에서 사무처 의견이 뒤집힌 사례는 거의 없다.

결국 DH가 요기요 매각 조건을 받아들이면 M&A는 이뤄지지만, 이를 끝까지 거부할 경우 우아한형제들 인수는 무산되는 셈이다.

이 경우 이번 딜은 지난 40년간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불허한 10번째 사례로 남는다.

DH는 모든 실익을 포기하고 요기요를 매각하거나 불복소송 또는 합병 철회를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합병하려면 원래 회사를 팔라고 하는 것은 외국에서도 전례가 없던 일이라 예상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DH는 현재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율촌을 통해 수수료 인하 등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조건을 내걸고 전원회의에서 공정위를 설득하기 위한 대응방안을 마련 중이다.

둘 중 하나를 포기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배달 수수료 인하, 독자 경영 체제 유지 등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제어 장치를 제시해 또 다른 조건부 승인을 끌어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고 있다.

공정위가 이번 기업결합을 심사하는 데 있어 최대 쟁점은 합병 후 수수료 인상 가능성이었다.

두 회사가 한 지붕 아래에 들어가면 배달 수수료 등 서비스 가격이 올라갈 것이란 우려가 컸다.

DH 측은 이러한 우려만 불식시킨다면 승인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가 2009년 국내 오픈마켓 2위 옥션을 운영하던 미국 이베이의 국내 1위 G마켓 인수를 승인한 선례도 있다.

당시 두 기업의 점유율을 합하면 90%에 육박했지만, 공정위는 개별 브랜드로 형식상 경쟁업체 상태를 유지하고 3년간 고정비를 물가 상승률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조건으로 합병을 승인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역시 두 회사의 국제선 여객 노선과 주요 화물 노선 점유율이 70%를 넘어 독과점 우려가 충분함에도 합병 승인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가 이베이의 사례가 회자되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내달 전원회의가 또 한차례 연기되거나 열리더라도 양측이 입장을 좁히지 못해 최종 기업심사가 내년 초로 미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정위로서도 기업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는 것은 물론, 위원들 간 입장을 검토할 시간이 상당히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최종 결정이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 기업결합 심사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공정위도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DH가 공정위 심사로 우아한형제들 인수가 무산되면 향후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등에도 상당한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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